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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미드] 드라마/ 골드미스와 노처녀 사이
최하나 2009-10-29

<쿠거타운> Cougar Town | ABC

신선도 8 (10점 만점) | 타깃 연령 40대 | 시청자 수 945만명 (3회 평균)

“쿠거”(cougar)란? 사전적으로는 퓨마와 친척뻘인 고양잇과의 야생동물을 지칭하지만, 미국에서 속어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로는 연하의 남자친구를 가진 중년 여성을 일컫는다. 발톱을 세우고 먹잇감을 휘어잡는 ‘능력 좋은 누님’의 이미지가 떠오르게 마련이지만, <쿠거타운>에서 그녀의 사냥을 추동하는 것은 남다른 입맛이라기보다는, 궁지에 몰린 여자의 마지막 수에 가깝다. 드라마의 첫 장면은 주인공 줄스(커트니 콕스)의 나체인데, 여기서 카메라가 주목하는 것은 늘어진 살거죽과 주름, 지방덩어리다. 세월에 백기를 내준 패장으로서의 육체. 단도직입적인 오프닝의 선언처럼, <쿠거타운>은 40대 미국 싱글여성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조명하는 코미디다.

줄스는 철없고 무능력한 남편과 이혼한 뒤 홀로 10대의 아들을 키운다. 20대 초반에 아이를 가진 뒤 양육과 가족 부양에 젊음을 소진한 줄스는 인생의 재미를 모두 놓쳐버렸다는 설움을 갖고 있다. 다시 연애전선에 나서라는 친구의 호들갑에 떠밀린 줄스는 얼결에 20대의 남자친구를 만들지만, 쿠거의 삶이란 쉽지 않은 법. 어린 연인에게 맨 얼굴을 들킬 새라 새벽에 몰래 일어나 화장을 하는 것은 기본, 이웃들의 싸늘한 눈초리도 감수해야 하는데, 아들마저 “그냥 정상적인 엄마”가 될 수 없냐며 그녀를 타박하기 일쑤다. <쿠거타운>은 40대 싱글 여성의 숨통을 조이는 상황들을 속사포처럼 쏘아놓고, 그녀들의 불안함을 한껏 부풀려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결국은 그 모든 넋두리를 들어준 뒤, 망가져도 괜찮아, 라고 어깨를 토닥이는 친구 같은 드라마다. 실제로도 40대에 접어든 <프렌즈>의 “모니카” 커트니 콕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세월의 무상함이 절절히 느껴지니, 어쩌면 <쿠거타운>은 직접 제작자로 참여하기도 한 콕스가 스스로에게 부르는 위안의 노래인지도 모르겠다.

<이스트윅> Eastwick | ABC

신선도 6.5 (10점 만점) | 타깃 연령 20∼30대 | 시청자 수 681만명 (3회 평균)

이 마을에는 확실히 마법이 존재하는 것 같다. 존 업다이크가 소설 <이스트윅의 마녀들>을 발표한 이후, 이스트윅의 이야기가 뮤지컬과 연극, 잭 니콜슨, 수잔 서랜던 주연의 1987년작 영화를 포함해 무려 6차례나 각색됐으니 말이다. 2009년판의 드라마 <이스트윅>에도 변함없이 세명의 마녀가 등장하지만, 분위기는 <위기의 주부들>에 오컬트를 살짝 입힌, 현대적이고 수다스러운 여성물이다.

<엑스맨> 시리즈의 레베카 롬진이 분한 억센 싱글맘 록시는 예지력을, 실업자 남편과 다섯명의 아이들을 부양하는 간호사 민디는 창조와 파괴를 오가는 양날의 능력을, <립스틱 정글>의 린제이 프라이스가 연기하는 기자 조안나는 눈빛으로 남자를 조종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설정이다. 적인지 친구인지 아직 정체가 모호한 갑부 대릴을 축으로 사건이 가지를 치지만, 역시 극의 심장은 세 여성의 끈끈한 연대다.

<액시덴탈리 온 퍼포즈> Accidentally on Purpose | CBS

신선도 7 (10점 만점) | 타깃 연령 30대 | 시청자 수 803만명 (4회 평균)

아무래도 대세는 연하남일까. 적어도 미드의 트렌드는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액시덴탈리 온 퍼포즈>의 주인공 빌리(제나 엘프먼)는 마흔을 코앞에 둔 미혼의 영화평론가다. 결혼을 기피하는 남자친구에게 결별을 선언한 뒤, 홧김에 술집에서 눈이 맞은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다는 것이 그만 임신으로 이어져버린다는 이야기.

문제는 아이의 아버지인 잭(존 포스터)이 20대 초반의 “소년”에, 가난한 요리사 지망생이라는 것. 결국 빌리가 잭에게 방 한칸을 내주고, 두 사람이 함께 살면서 서서히 서로를 알아간다는 내용이 이야기의 줄기다. 임신 소식에 살짝 놀라움을 표한 뒤 금세 책임감에 사로잡히거나 몰래 아이 방을 꾸며놓는 등, 알고 보면 속이 꽉 찬 연하남이 그저 바라보기에 기특하다면, 그에게서 “스키틀즈 냄새”가 난다는 빌리의 입담은 뒤끝없이 경쾌한 이 드라마의 중독적인 청량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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