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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무구한 우정, 사랑, 믿음 <하늘과 바다>
정재혁 2009-10-28

synopsis 하늘(장나라)은 서번트 증후군 환자다. 지능은 보통 사람보다 떨어지지만 암기능력과 음악적 소질은 뛰어나다. 그녀는 어려서 부모를 사고로 잃었고 지금은 음악 학원 선생의 보호 아래 혼자 살고 있다. 바다(쥬니)는 밴드의 보컬이다. 집안 형편은 좋은 편이지만 새엄마와의 관계가 불편하다. 서로 앞집에 사는 둘은 우연히 만나고 친구가 된다. 그리고 여기 피자배달부 진구(유아인)가 함께한다. 부모도, 번듯한 직업도 없는 그는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아왔지만, 하늘과 바다를 만나면서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된다.

세 청춘이 있다. 모두 어딘가 자유롭지 못하다. 정신연령이 6살인 하늘은 하루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 있고, 새엄마와 매일 부딪치며 말다툼하는 바다는 좋아하는 노래도 그만뒀다. 하룻밤 함께 논 여자에게 전 재산 800만원을 도둑맞은 진구는 절도의 유혹에 빠진다. 영화는 온전치 못한 청춘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며 방황하는 젊음을 그리려 한다. 가정불화, 돈, 질병이 원인이다. 하지만 그 결론이 매우 성급하다. 아니 오히려 결론을 정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인상이 든다. 순진무구한 우정, 사랑, 믿음으로 <하늘과 바다>는 이야기를 매듭짓는다. 이리저리 방황하며 모나게 살았던 바다와 진구가 하늘의 한결같은 웃음에 감동한다는 결말이다.

영화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하늘의 공간으로 묘사되는 ‘요정나라’다. 서번트 증후군 환자가 사는 집은 천장과 벽이 별과 구름, 꽃 등으로 장식된 동화 속 공간이다. 하늘은 그녀의 애묘 비틀즈와 대화하고 바이올린이 살아났다며 혼자 좋아한다. 하늘이란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겠지만 이게 너무 단순해 성의가 없어 보인다. 바다, 진구의 고민을 받아줄 수 있는 가장 용이한 선택으로 보이기도 하고, 그저 장나라를 위한 장면이란 생각도 든다. 특히 혼잣말을 하며 음악 세계에 빠져 사는 하늘의 모습은 뮤직비디오 몇 토막을 잘라 붙여놓은 인상도 준다. 중국 대륙을 타깃으로 한 장나라 관광상품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드라마다. <하늘과 바다>는 낡고 낡은 청춘의 진부한 고민을 가져와 그저 늘어놓기만 한다. 세명의 주인공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주위 사람과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가고,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기보다 필요한 사건의 원인을 가져다 끼워맞추듯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나마 매력적일 수 있었던 진구 캐릭터 역시 성급하게 봉합된 결말 속에 안타깝게 사라져버린다. 웃음과 음악이라고 뭐든 해결해주는 건 아닌데, <하늘과 바다>는 이 착각에 빠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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