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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07

앙트완 드와넬은 어떻게 어른이 됐는가?

개구쟁이들 Les Mistons 1958년 23분 흑백

5명의 악동들은 베르나데트와 제라르라는 두 연인의 주위를 맴돌며 그들을 관찰하고 때론 훼방을 놓기도 한다. 연애담을 다룬 영화라기보다는 연애를 지켜보는 자의 감정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광 트뤼포의 자의식이 반영된 작품이다. 동시에 아이들의 세계에 대한 애정어린 묘사에서 를 예견케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짧은 영화지만 이 영화에는 이후 트뤼포의 영화를 특징짓는 요소들이 이미 드러나고 있다. 그 가운데 여성에 대한 매혹, 장르영화의 창의적인 인용 등이 특히 눈에 띈다. 팬과 트래킹숏 및 고속/저속 촬영의 자유분방한 결합을 통해 놀랄 만큼의 정서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현란한 스타일의 영화이기도 하다.

400번의 구타 Les Quatre cents coups 1959년 94분 흑백

트뤼포의 장편 데뷔작.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며 못된 짓을 일삼지만 발자크에 나름의 경의를 표할 줄도 아는 수줍은 악동 앙트완 드와넬이 주인공이다. 드와넬의 모습에는 불량소년이면서 영화광이자 문학에 심취했던 트뤼포 자신의 어린 시절이 거의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드와넬을 둘러싼 환경이 비참하고 음울한 것으로 묘사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뤼포가 그 속에서 결코 작위적이지 않은 낙천성과 유머, 생기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은 지금 보아도 여전히 놀랍다. 이 영화는 흔히 삶의 비극성을 향한 과도한 집착으로 귀결되고 마는 리얼리즘의 함정에 빠져들지 않는다. 트뤼포의 ‘제2의 아버지’인 평론가 앙드레 바쟁(그는 영화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에게 헌정되었다.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

피아니스트를 쏴라 Tirez sur le pianiste 1960년 85분 흑백

2명의 사내에게 쫓기던 치코는 피아니스트인 동생 샬리가 일하는 술집으로 숨어든다. 범죄에 얽히길 기피하는 샬리는 치코가 못마땅하지만 그의 도주를 돕는다. 샬리는 같은 술집에서 일하는 레나에게 관심을 갖고 있지만 수줍은 성격 탓에 그녀에게 선뜻 마음을 내보이길 망설인다. 형의 소재를 찾던 두 사내는 샬리를 미행하고 결국 그와 레나를 납치하기까지 한다. 장르영화에 대한 탐구라고 하는 트뤼포의 관심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첫 번째 영화. 느슨한 갱스터 장르의 내러티브 위로 삼각관계의 멜로드라마가 이중으로 겹쳐지며 영화의 분위기는 심각함과 코믹함 사이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지극히 소심하며 고립 속으로 자신을 밀어넣는 주인공 샬리 역을 맡은 샤를르 아즈나부르의 연기로도 기억될 만한 영화.

쥴과 짐 Jules et Jim 1961년 100분 흑백

명실공히 트뤼포 초기의 대표작. 트뤼포 영화의 모든 매력이 다 담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앙리 피에르 로쉐의 소설이 원작으로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기간을 중심으로 세 연인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파리에서 만난 쥴과 짐은 금세 절친한 친구가 된다. 그들은 문학에 대해 논하며 때론 같이 여자들을 만나러 다니기도 한다. 어느날 카트린이라는 여자가 그들 앞에 나타나고 둘은 그녀를 흠모하게 된다. 초반부에선 갑자기 터져나오는 예기치 못한 사건과 행동들이 주는 격렬하고도 순간적인 아름다움이 자유분방한 카메라 워크와 몽타주를 통해 표현된다. 중반부는 롱테이크가 두드러지며 라울 쿠타르의 카메라는 고다르와의 작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목가적인 서정성을 창출해내고 있다.

부드러운 살결 La Peau douce 1963년 113분 흑백

앙트완 드와넬 연작의 두 번째 영화 <앙트완과 콜레트>를 만든 이후, 트뤼포의 경력은 다시 장르영화에 대한 일련의 탐구로 이어진다. 도시 중산층 부르주아들의 삶을 중심으로 한 이 멜로드라마는 결국 복수의 살인극으로 결말이 난다. 트뤼포는 장르의 인용과 혼합에 의존하는 대신 고전장르의 구조에 미세한 변화를 가하는 데 중점을 기울였다. 학자인 피에르는 ‘발자크와 돈’이라는 강연을 하기 위해 리스본행 비행기에 오르는데 거기서 한 스튜어디스를 눈여겨본다. 그들은 나중에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이후 불륜의 관계로 빠져든다. 간혹 과감히 시간을 압축하며 빠르게 전환되는 장면들, 거울이나 사진 및 포스터와 같은 소도구들을 적절히 활용한 미장센과 상황설정이 인상적인 매우 섬세한 영화다.

상복입은 신부 La mariee etait en noir 1968년 107분 컬러

<부드러운 살결>에 이어 트뤼포는 <화씨 451도>로 SF 장르에 도전했다. <화씨 451도>에서 잠시 니콜라스 뢰그와 작업한 트뤼포는 여기서 다시 라울 쿠타르에게 촬영을 맡겼다. 트뤼포가 히치콕을 숭배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화씨 451도> 바로 이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트뤼포가 처음으로 시도해본 히치콕식 살인 서스펜스물이다. <사이코> <현기증> 등 히치콕 영화에서 음악을 담당한 버나드 허만까지 가세했다. 윌리엄 아이리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트뤼포의 첫 번째 영화이며 잔 모로와 함께 작업한 두 번째 영화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매혹당하는 남자 다섯을 차례로 살해하는 살인범 역을 맡았다. 미국 장르영화에 대한 감독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

훔친 키스 Baisers Vole's 1968년 90분 컬러

앙트완 드와넬 연작의 세 번째 영화. 성인이 된 앙트완이 등장하는 연작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수작이라 할 만하다. 앙트완은 군대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사회로 돌아오지만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한다. 다행히 크리스틴의 아버지 다르봉의 소개로 호텔 야간 접수원 자리를 얻게 된다. 그러나 정사 현장을 덮치려던 사설탐정의 일을 본의 아니게 돕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게 되고 이번엔 그 사설탐정이 일하던 에이전시에서 새 일자리를 얻는다. 당시 프랑스 시네마테크의 설립자 앙리 랑글루아 해임반대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트뤼포는 이 영화를 앙리 랑글루아와 그의 시네마테크에 헌정했다.

야생의 아이 L’Enfant sauvage 1970년 83분 컬러

1798년에 발견된 ‘늑대소년’에 관한 영화. 장 이타르의 보고서를 원작으로 했다. 숲에서 나물을 캐던 여인이 짐승 같은 몰골을 한 야생의 아이를 발견한다. 그는 농아학교에 보내져 연구대상이 되는가 하면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기도 한다. 트뤼포 자신이 이타르 박사 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다. 트뤼포는 자칫 진부하게 여겨질 수 있는 소재를 결코 동화나 판타지에 의존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여기엔 트뤼포 특유의 서정적 분위기가 감돌고 있으며 르누아르적인 심도 깊은 무대화가 종종 눈에 띈다. 영화 전반에 걸쳐 활용된 고전적인 아이리스 기법은 이른바 ‘특권적인 순간’들을 소중히 감싸안는 역할을 한다. 에릭 로메와도 주로 작업한 바 있는 네스토르 알멘드로스가 촬영을 맡았다.

아메리카의 밤 La Nuit Americaine 1973년 115분 컬러

펠리니의 과 같은 ‘영화에 관한 영화’. 무성영화시대의 스타 도로시와 릴리언 기시 자매에게 바쳐진 영화기도 하다. 이 영화 이전과 이후에 만들어진 그 어떤 ‘영화에 관한 영화’들보다 생기발랄하고 낙천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걸작. 무엇보다도 트뤼포를 사로잡았던 것이 바로 영화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선사하는 즐거움이었음을 알 수 있다. 트뤼포가 애정을 바친 과거의 거장들이 차례로 언급되며 특히 웰스의 <시민 케인>에 경의를 표하는 꿈 장면은 유명하다. 이 영화는 트뤼포 자신의 영화들에 대한 논평이기도 한데, 가령 철없는 애정행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알퐁스(장 피에르 레오)의 모습은 드와넬 연작을 환기시키며, 문 밖에 내놓은 음식쟁반에 고양이가 다가와 우유를 먹는 장면은 <부드러운 살결>의 한 장면을 재연한 것이다.

아델 H의 이야기 L’Histoire d’Ade`le H 1975년 93분 컬러

1863년 핼리팩스, 부두에 내린 사람들 사이로 한 여인의 얼굴이 보인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둘째딸인 아델이다. 그녀는 루일리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신분을 감추며 한 남자를 찾아나선다. 아델이 사랑에 빠진 알버트 핀슨이라는 영국인 장교는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이길 거부하지만 아델은 계속해서 그의 주위를 맴돈다. 이 영화는 실존인물인 아델 위고의 일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아델 역은 이자벨 아자니가 맡아 연기했다. 전반적으로 아델을 중심으로 그녀가 오가는 몇개의 한정된 공간의 실내에서 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다시 네스토르 알멘드로스가 촬영을 맡았다. 에 영감을 제공한 <품행제로>의 감독 장 비고가 만든 유일한 장편영화 <라탈랑트>의 음악이 사용되기도 했다.

여자를 좋아했던 남자 L’homme qui aimait les femmes 1977년 119분 컬러

현대판 카사노바 이야기라 부를 수 있을 코미디. 영화는 한 남자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것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이 장례식에는 많은 여자들이 참석해 있다. 이후 이 남자 베르트랑이 자동차에 치여 죽게 되기까지의 과거 여성편력이 죽 펼쳐진다. 관찰자이자 수집가이며 자전적 소설을 쓰기도 하는 베르트랑의 모습은 트뤼포의 이전 영화들에서 익히 보아온 캐릭터임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베르트랑이라는 인물은 앙트완 드와넬 연작의 주인공에 비하면 다소 매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 문 밖에 내놓은 음식을 고양이가 와서 핥아먹는 장면은 <아메리카의 밤>에 이어 이 영화에서 또 등장한다. 트뤼포 영화의 몇몇 특징적인 요소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사랑의 도피 L’Amour en fuite 1978년 컬러

앙트완 드와넬 연작의 마지막 영화. 앙트완은 여자친구 사빈의 집에서 자고 일어나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법원에 가서 아내 크리스틴과 이혼에 합의하고 난 뒤 음악공부를 하러 떠나는 딸 알퐁스를 배웅하기 위해 역으로 간다. 역에서 그는 과거 그가 사랑했던 여자인 콜레트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즉흥적으로 그녀가 탄 열차에 올라탄다. 기존의 드와넬 시리즈를 이루는 영화들은 등장인물들이 과거를 회상할 때 차례로 콜라주된다. 거의 20여년에 걸친 앙트완 드와넬의 모험담은 사랑에 대한 따스한 찬가와 함께 마무리되었다. 앙트완과 그의 주변을 둘러싼 여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상당부분 트뤼포 자신과 영화의 관계에 대한 하나의 논평처럼 읽힌다.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게 배치되어 있는 형식적 장치들을 통해 관객의 정서를 자극하는 소품 명작.

이웃집 여인 La Femme d’a` Cote`) 1981년 컬러

<쥴과 짐>처럼 시골에서의 사랑을 다룬 이 영화는 테니스장을 운영하는 오딜이라는 여인이 카메라를 향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녀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간은 6개월 전으로 거슬러간다. 베르나르는 아내와 8살난 아들을 데리고 시골에서 살고 있다. 어느날 이웃에 한 부부가 이사오는데 베르나르는 그 이웃집 여인이 8년 전 헤어진 옛 연인 마틸드임을 알고 놀란다. 베르나르와 마틸드는 점점 걷잡을 수 없는 관계로 휘말려든다. 형식적인 특별함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매우 잘 다듬어진 비극적인 멜로드라마이다. 음울한 무드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며 내레이터인 오딜의 과거 사랑 이야기가 두 연인의 사랑 이야기 위로 슬쩍 겹쳐진다. 브레송, 고다르, 리베트 및 클로드 란츠만 등과 작업한 바 있는 윌리엄 루브찬스키가 촬영을 맡았다.

신나는 일요일 Vivement Dimanche! 1983년 컬러

호숫가에서 사냥을 하던 한 사내가 얼굴에 총을 맞고 살해된다. 근처에서 사냥을 하고 있던 부동산업자 줄리앙은 자신의 부동산 사무실로 돌아온 뒤 미지의 여인에게서 협박전화를 받는다. 그녀는 줄리앙이 바로 살인자라며 몰아세운다. 줄리앙은 아내의 숨겨진 과거가 이 일과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깨닫고 탐색에 들어가려 하지만 그의 비서 바바라가 대신 이 일을 떠맡는다. 여기서 트뤼포는 자신이 흠모하던 장르영화의 대가들에게 다시 한번 존경을 바친다. 전체적으로는 히치콕식 살인 미스터리의 외양을 갖추고 있지만 경쾌하고 빠른 대사의 묘미, 그리고 대립하고 다투면서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남녀커플의 묘사 등에서는 하워드 혹스 영화의 맛을 느끼게 한다. 트뤼포의 마지막 영화.▶ 프랑수아 트뤼포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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