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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를 무대로 한 음악드라마 <솔로이스트>
장미 2009-11-18

synopsis <LA타임스> 기자 스티브(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현이 두개밖에 남지 않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 나다니엘(제이미 폭스)을 만난다. 얼핏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노숙자로 보이는 나다니엘은 한때 줄리어드 음대에서 수학한 전도유망한 첼리스트였다. 그의 사연에 흥미를 느낀 스티브는 이를 자신의 칼럼에 기고하고, 기사를 감명 깊게 읽은 한 독자가 일평생 연주하던 첼로를 대신 전해달라고 보내온다. 스티브는 악기를 빌미로 그를 쉼터로 인도하려 하지만, 도시의 소음 속에서만 안정을 찾는 나다니엘은 강하게 반발한다.

<솔로이스트>는 현대의 미국, 더 구체적으로 LA를 무대로 한 음악드라마다. 조 라이트 감독의 전작을 애호한 관객이라면 이상하게 여길 일이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등 여성 화자의 심리와 주변인 사이의 역학을 예민하게 짚은 전작과 달리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두 남자, 그것도 일종의 ‘독주자’에 가까운 이들이다. 잘나가는 기자 스티브는 알고 보면 불운한 워커홀릭이다. 사고를 당해 큰 상처를 입은 뒤에도 응급실 침대에 누워 기사를 끼적일 정도다. 반면, 나다니엘은 광기에 침몰한 예술가의 전형이다. 폐쇄된 공간에서 환청에 시달리는 그는 번잡한 거리를 홀로 방황한다. 첫 만남은 우연이었으나 이를 발전시키는 건 스티브의 의도적인 접근이다. 직업적으로, 나아가 개인적으로 나다니엘의 열정에 마음이 동한 스티브는 그에게 도움을 주길 원하고, 나다니엘 역시 조금씩 이에 화답하면서 이들의 관계는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중요한 모티브는 베토벤이다. 스티브가 나다니엘을 처음 발견하는 장소는 베토벤 동상 아래요, 나다니엘은 베토벤의 음악에 경도된 상태다. 소리에 예민한 음악가이면서도 정적을 견디지 못하는 나다니엘은 귀가 먼 작곡가 베토벤과 비슷한 운명을 타고났다. 다리오 마리오넬리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과 9번 <합창>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는 음악은 간혹 부감숏을 타고 바둑판 같은 LA 상공을 가득 채운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관람하는 이들을 프로필 사진을 찍듯 정면에서 담아낸 엔딩을 보고 나면 두 남자의 이야기를 이 외롭고 타락한 천사의 도시 전체의 그것으로 확장하려 한 감독의 의도가 비교적 분명하게 다가온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제이미 폭스의 주목할 만한 협연에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드라마라면 감내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플롯이 아쉬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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