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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웨이] 한국영화 DVD, 몰라보게 좋아졌네
2001-12-10

“전국에 계신 DVD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캐스터를 맡은 차태현입니다. 옆에는 해설자 곽재용 감독님입니다.” 곧 출시될 <엽기적인 그녀>의 DVD를 보고 있으면 낯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주연 차태현과 곽재용 감독이 영화를 보고 있는 도중 매 장면의 제작과정 등을 해설해주는 소위 ‘오디오 코멘터리’를 수록해놓았기 때문이다. 또 극장판이 2시간2분인 데 비해 이 DVD판은 137분으로 늘어났다. 견우가 뒷모습이 예쁘다고 쫓아간 여자가 알고보니 그녀였다는 장면의 1시간 전 상황 등, 편집됐던 15분을 감독이 추가했다. 별도로 준비된 서플먼트 디스크에는 스토리보드와 NG컷, 메이킹필름, 인터뷰, CG 담당자가 해설하는 특수효과 장면까지 모두 195분의 별미가 마련돼 있다.

사실 그동안 한국영화 DVD 타이틀은 마니아들에게 그리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화질과 사운드가 떨어지고, 서플먼트도 심심한 방송용 메이킹필름 이외엔 별다른 게 없었던 탓. 때문에 이들은 최근 들어 잇따라 출시중인 오디오 코멘터리를 포함, 성의있는 부가영상을 담은 한국영화 DVD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곧 출시되는 <소름>은 윤종찬 감독과 영화평론가 정성일씨의 인터뷰식 오디오 코멘터리와 윤 감독의 단편영화 세편을 담는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수취인불명> <베사메무초> 등도 감독과 배우의 해설을 담을 계획. 한국영화 DVD의 ‘업그레이드’에 불을 당긴 작품은 올해 5월에 출시된 <반칙왕>. DVD 마니아이기도 한 김지운 감독의 의욕적인 참여로 한국영화 최초로 감독의 오디오 코멘터리를 삽입했고, 제작과정도 담았다. 이후 출시된 <비천무> <번지점프를 하다> <눈물> <플란다스의 개> <신라의 달밤> 등도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눈물>은 임상수 감독과 이두만 촬영감독의 대화와 배우들의 대화 등 2개의 오디오 코멘터리를 담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부가영상물을 넣다보니 제작비용도 올라가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의 경우 감독판을 재편집하다보니 필름 편집, 믹싱 등에 엄청난 액수가 들어갔고, 한장짜리 별도의 디스크에 엄청난 분량의 부가영상을 담다보니 약 1억원 정도가 들었다. 다른 영화들도 수천만원대의 제작비를 들이고 있다.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출시사들이 한국영화 DVD의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려는 이유는 뭘까. 우선 한국영화의 바람이 극장에서 DVD로 옮겨가고 있어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매트릭스> 등 뛰어난 음질과 화질은 기본이고 다채로운 서플먼트를 담고 있는 할리우드영화 타이틀에 길들여진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DVD에 관심을 가진 젊은 감독들의 적극적 자세도 빼놓을 수 없다. 김지운 감독은 평소 알던 녹음실, 편집실을 동원해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고, 윤종찬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비판해줄 파트너로 정성일씨를 먼저 제안했고, 곽재용 감독도 감독판 버전을 담자는 생각을 출시사에 전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류승완 감독은 <피도 눈물도 없이>를 만들면서 DVD 출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 김성제 프로듀서는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자는 의미에서 프리프로덕션 단계에 사용한 프로덕션 디자인 노트, 최초 콘티 등을 이미 디지털화했고, 메이킹필름도 아예 60분짜리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감독들이 DVD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극장용 영화를 만들 때는 전할 수 없었던 영화 이면의 세계나 감독의 의도 등을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그래서 김지운 감독은 “DVD는 감독에겐 일종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류승완 감독은 “감독의 세계를 마음껏 선보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무기”라고까지 말한다. 혹시 아나, 나중에 영상기기가 발달되면 아예 DVD용 영화가 만들어질지.

문석 ssoo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