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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사나이들의 이야기 <감자심포니>
장미 2009-12-09

synopsis 강원도 영월. 서른아홉 동갑내기 백이(이규회)와 절벽(전용택), 혁이와 이노끼, 진한(유오성)은 고교 동창이다. 그중 백이와 진한은 주먹계의 양대산맥이었는데, 지역을 주름잡는 조폭 보스로 발돋움한 진한과 달리 백이는 사고로 가족을 잃고 고향을 떠난 뒤 깜깜무소식이다. 가장 입담이 센 절벽은 화가의 꿈을 버린 대가로 술독에 빠져 살고, 이노끼는 이민을 계획하는 엄마에게 반발하며, 혁이는 가출한 아내에 대한 분노를 삭이기 위해 낚시질을 한다. 어느 날 종적을 감췄던 백이가 돌아오고, 그와 절벽, 혁이, 이노끼 무리와 진한 사이에 갈등의 기운이 피어오른다.

<친구>의 사내들이 항구도시 부산이 아니라 영월에서 자랐다면, 또 고향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백이, 절벽, 혁이와 이노끼는 억눌린 중년이요, 일종의 실패자들이다. 나중에야 밝혀지지만, 이는 고교 시절의 수치스러운 기억 탓이(라고 그들은 믿고 있)다. 백이 패거리는 졸업을 앞두고 진한 무리와 크게 주먹다짐을 했고, 처절하게 패했다. 절벽은 나이에 걸맞게 이젠 참고 견디길 권하는 백이에게, 진한에게 무릎 꿇은 뒤 자기 인생은 줄곧 내리막길이었노라 고백한다. 이런 소도시에선 그때 매겨진 주먹 순위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한편 진한은 전국구 조폭과의 기싸움에 휘말리고, 딸과 아내를 지키기 위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다. 야수 같은 그도 결국은 힘없는 지역민, 그러니까 ‘감자’ 중 하나일 따름이다.

전용택 감독이 제작·각본·연기까지 겸한 데뷔작 <감자 심포니>는 상당히 개인적인 영화로 보인다. 영화의 촬영지는 그의 고향인 강원도 영월이요, 주연배우 중 가장 낯익을 유오성과 유양근 프로듀서, 최선임 의상감독 역시 영월 출신으로 감독의 초·중·고교 동창이다. 전용택 감독이 직접 연기하는 절벽의 내레이션으로 극이 마무리되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읽힌다. 그래서인지 간혹 감상적인 패배주의가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도 있는데, 백이와 절벽이 오토바이를 타고 진한 일당을 쳐부수러 가거나 전형적인 팜므파탈인 진이(장예원)가 백이에게 절망적인 이야기를 퍼붓는 신이 특히 그렇다. 교향악의 형식을 따라 구성됐지만, 그 간극이 뚜렷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 진한의 행패를 목격한 그의 아내가 쓰러지듯 테이블에 기대 중얼거리는 기도문이라든지, 입말의 묘미가 살아 있는 백이의 일부 대사, 사내들간의 영역 다툼 등 디테일의 묘미가 가장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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