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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유쾌한 엄마와 아들 이야기
심은하 2010-01-14

연극 <엄마, 여행갈래요?> 1월17일까지 백암아트홀

눈물샘 울리는 신파 지수 ★★ 다른 감독 작품 기대 지수 ★★★★★

올해부터는 영화감독들의 작품을 무대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다. ‘영화 같은 연극’을 표방하는 ‘감독, 무대로 오다’ 시리즈 덕이다. ‘감독, 무대로 오다’ 시리즈는 충무로의 감독들과 대학로의 스탭들이 뭉쳐 매년 연극과 영화를 동시에 기획하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연극 <엄마, 여행갈래요?>는 그 시리즈 1탄.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 <순정만화>의 류장하 감독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이야기는 제목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듯 이 시대의 어머니에 관한 내용이다. 단 최근 막을 내린 <친정엄마와 2박3일> <가을 소나타>에서 보여준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아니라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란 점이 좀 특색이랄까. 매번 임용에 탈락하는 대학 시간강사 아들 현수(김상경, 김성수)는 엄마(오미연, 예수정)에게서 받은 목돈을 엄마의 위암 말기 판정으로 받은 보험금인 줄 꿈에도 모르고 교수 임용을 위한 뇌물로 쓴다. 그리고 여자친구의 임신 소식에 마음이 어지러워진 현수는 술김에 여자친구와 가려던 제주도 여행을 엄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한다. 이렇게 엄마와 아들의 아주 특별한 2박3일 여행은 시작된다. 제주도에서의 작은 소동이 그 뒤를 이어가지만 생략한다. 부모와 자식간에 수없이 되풀이되는 희생과 뒤늦은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 더이상의 이야기 나열은 지면 낭비다.

하지만 연극 <엄마, 여행갈래요?>는 ‘엄마’란 주제만으로도 울어줄 각오가 되어 있는 관객을 일부러 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눈물이 울컥 쏟아지려는 순간을 작은 웃음으로 반전시킨다.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한 신파보다는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이 점이 연극 <엄마, 여행갈래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연기나 플롯의 짜임보다도 무대란 장치가 주는 효과에 크게 기댄다.

한편으로 <엄마, 여행갈래요?>는 낯선 연극이다. 빠른 장면 전환과 오버랩, 연극적이지 않은 대화, 기존의 연극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다소 생경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영화적 디테일이 무대로 옮겨져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시키고 극의 촘촘함을 더한다. 특히 극의 마지막 10분 동안의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류장하 감독의 영화적 장기인 특유의 따뜻함과 섬세한 연출이 빛난다.

‘감독, 무대로 오다’ 시리즈는 허진호 감독이 1월26일~3월28일, 장항준 감독이 4월6일~6월6일, 김태용 감독이 6월15일~8월15일에 관객을 무대로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