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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를 걷는 남자’의 여행 <맨 온 와이어>
이영진 2010-02-03

synopsis 필리프(필리프 프티)는 외줄 타는 곡예사다. 그의 꿈은 뉴욕에 있는 세계무역센터 빌딩 사이를 외줄 하나 놓고 건너는 것이다. 17살이 되던 해 그의 꿈은 일찌감치 정해졌다. 신문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세워질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필리프는 가슴이 뛴다. 시작은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얼마 뒤 그는 시드니의 하버브리지를 건넌다. 생명을 내놓아야 하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감행한 끝에 필리프는 친구들을 꼬드겨 드디어 뉴욕으로 간다. 과연 필리프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히말라야 16좌 등정은 흔히 인간 의지의 극한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세기의 ‘똘아이’ 필리프 프티의 무모한 도전을 보고 있노라면 생각이 조금 달라질 것이다. 필리프 프티의 손엔 오직 기다란 봉 하나. 그의 허리엔 안전용 로프 따윈 없다. 발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다. 아래서 위를 올려다봐도 현기증이 이는 아찔한 높이다. 그런데 그 위를 필리프는 아무렇지 않게 쓱쓱 지나다닌다. 그것만으로 모자라 2cm 두께의 와이어에 눕기도 하고, 저글링도 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담보로 내놓는다.

<맨 온 와이어>는 “땅 위보다 1천 피트 상공의 외줄을 걷는 것이 훨씬 행복한” 곡예사 필리프 프티를 주인공 삼은 다큐멘터리다. 기막힌 모델을 찾았다고, 스토리가 줄줄 나오는 건 아니다. 게다가 필리프 프티와 친구들이 쌍둥이 빌딩을 정복하기 위한 원정 길에 나선 건 지금으로부터 30년도 더 됐다. <맨 온 와이어>는 이러한 난점을 구성의 묘로 돌파한다. 하늘 위를 걷기 위한 필리프의 노력은 흡사 무협영화의 수련장면을 닮았다. 건물에 침투하기 위해 작전을 짜는 장면은 범죄영화의 모의와 같다. 실제로 필리프는 하늘 위에선 로맨틱한 영웅이었지만, 땅에 내려앉으면 어김없이 수갑 찬 범죄자 신세가 됐다. 언제나 경찰과 대치하는 필리프의 모습은 끊임없이 웃음을 던져준다. 한편 대가없는 세기의 도박 앞에서 동료 중 누군가는 배신을 하기도 한다. 다큐멘터리지만 극영화의 재미들로 새로 포장한 것이다. 깨알 같은 기억까지 복기해내는 필리프 프티의 입담도 흥미를 더하는 요소다. 드디어 시행착오와 갈등을 뛰어넘어 411.5m 높이의 외줄에 섰을 때, <맨 온 와이어>는 하나의 시처럼 들리기도 한다. 마이클 니먼이 작곡, 선곡한 음악은 시 낭송에 적절한 배경이다. 중요한 건 외줄 타는 필리프 뒤편으로 비행기가 날고 있을 때쯤, 우린 그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런 위험한 짓을 하지, 라고 더이상 묻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구름 위를 걷는 남자’의 여행은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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