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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유덕화 어때?
주성철 2010-02-11

서극의 <적인걸: 통천제국> (通天帝國之狄仁傑)

●후반작업 중 ●출연 유덕화, 양가휘, 유가령, 리빙빙

바야흐로 당나라의 수도 낙양이 국제적 대도시로 성장한 서기 690년, 측천무후(유가령)가 드디어 중국 역사상 최초의 여황제가 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황제 등극을 앞두고 기이한 살인사건들이 낙양에서 발생하기 시작한다. 특이하게도 피살자들은 모두 불이 붙은 채 타 죽었으며, 그들은 하나같이 측천무후가 발탁한 심복들이었다. 이에 측천무후는 적인걸을 궁으로 불러들인다. 적인걸은 곧장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측천무후의 오랜 지기이자, ‘국사’인 루리(양가휘)를 배후로 지목한다. 그와 동시에 측천무후의 황제 등극과 관련해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많은 이들이 더이상의 수사를 말리지만 적인걸은 포기하지 않는다.

<적인걸: 통천제국>(이하 <적인걸>)은 당나라 시대의 명탐정 적인걸의 활약상을 그린다. ‘중국판 셜록 홈스’쯤 된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런 면모 외에도 역사적으로 측천무후 시대에 재상을 지내며 국정을 쇄신하여 당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여러 번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중국인에게 익숙한 인물인데, 보통 적인걸은 유덕화의 외모와는 거리가 먼 다소 뚱뚱한 체형의 남자로 그려졌다(굳이 비유하자면 셜록 홈스가 아닌 에르큘 포와로?). 가령 <TVB> 드라마 <성세인걸 2009>에서는 홍콩영화계에서 홍금보와 맞먹을 정도로 뚱뚱하기로 이름난 정측사가 적인걸을 맡았으니까. 그래서 <적인걸>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화어권 영화시장의 최고 흥행 보증수표 유덕화라는 존재다.

다음은 서극 감독이다. 황비홍이라는 실제 인물을 다루거나 <동방불패>의 영호충이라는 무협지의 영웅을 묘사하면서도 자유로운 상상력을 보여줬던, 말하자면 정사와 야사 모두에 능한 서극의 연출력까지 더해지면 낯선 적인걸에 대한 우려는 접어도 좋을 듯싶다(하지만 적인걸에 대한 아무런 향수가 없는 국내 관객에게는 전혀 무관한 일일지도). 호기심 가득한 서생이자 청렴결백한 판관이면서 또한 문무를 겸비한 탐정이기도 한 적인걸을 재창조하기 위해 서극은 특수한 무기를 만들었다고 한다(물론 그것은 영화를 직접 봐야 확인할 수 있을 듯). 게다가 싸우다 도망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적인걸은 유덕화의 기존 이미지와 맞물려 올해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자신의 50번째 영화 <적인걸>을 대하는 서극의 태도는 남다르다. 기존에 보지 못한 ‘추리무협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것. 적인걸의 수사방식을 보면서 ‘과학수사대’가 아닌 ‘무협수사대’로 이해하면 빠를 듯하다. 게다가 역대 측천무후를 연기한 배우 중 가장 관능적이라고 할 유가령도 호기심을 자아내는 부분이다. 유가령이 딸처럼 아끼는 상관정아 역의 리빙빙까지 더해 유덕화와의 묘한 삼각관계도 <적인걸>의 볼거리 중 하나다. 최근 중화의 자존심을 내세우는, 다소 국책영화 느낌의 화어권 블록버스터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적인걸>은 서극 특유의 재능이 빛나는, 모처럼 마음 편안히 즐길 수 있는 흥미 만점의 활극이 될 것 같다. 생각해보니 최근 어떤 식으로든 역사의 무게에 눌리지 않는 중화권 사극을 기대하게 된 것도 실로 오랜만이다.

tip 서극은 애초에 영화계 복귀를 꿈꾸는 임청하에게 측천무후 역을 맡기려 했으나, 그녀는 홀연히 왕가위의 <일대종사>로 떠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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