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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와 융의 ‘그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토킹 큐어> (Talking Cure)

●촬영 준비 중 ●출연 크리스토프 왈츠, 키라 나이틀리, 마이클 패스벤더

근래 <폭력의 역사>와 <이스턴 프라미스>로 좀더 넓은 팬층을 접했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이 후속 작품으로 <어톤먼트> <위험한 관계> <토탈 이클립스> 등을 쓴 크리스토퍼 햄튼의 희곡 <토킹 큐어>를 연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대 정신분석학의 거장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구스타브 융, 그리고 이들이 함께 치료했던 아름다운 여성 환자 사비나 슈필라인의 관계를 다룬 이 작품에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 함께 출연했던 크리스토프 왈츠(프로이트)와 마이클 패스벤더(융)를 비롯해 키라 나이틀리(쉬필레인)도 조인했다고. 크로넨버그 감독은 최근 토론토영화평론가협회 시상식 기자회견에서 <토킹 큐어>에 대한 소문이 사실임을 밝혔고, 함께 <크래쉬>와 <네이키드 런치> 등을 제작했던 제레미 토머스가 프로듀서를 맡게 된다고 덧붙였다.

20세기 초 취리히의 한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융이 프로이트의 치료법으로 치료한 첫 환자 사비나 슈필라인, 융, 그리고 융을 자신의 계승자로 생각했던 프로이트의 삼각관계를 다룬다. 18살의 사비나는 러시아계 유대인으로 똑똑하고 아름답지만 어릴 적 아버지에게 받은 정신적, 육체적인 학대로 히스테리한 정신질환에 시달렸던 것. 당시 의욕이 넘치는 30대 전문의 융은 사비나를 치료하면서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자신의 치료법으로 사비나를 치유한 과정을 전해 들은 프로이트는 융과 가까운 관계로 발전한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성욕 중심설과 융의 분석 심리학설은 심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결국 둘 사이도 멀어진다. 특히 프로이트는 융이 의사로 환자와의 관계를 악용한 그의 의료과실을 실책했다. 실제로 사비나는 이후 수년간 융과 관계를 지속했고, 헤어진 뒤에는 프로이트와 편지를 주고받았다. 또 그녀는 정신분열증을 연구해 첫 여성 정신분석학자가 됐으며, 일부 학자들에 따르면 프로이트와 융에게 훗날 심도있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준 인물로도 꼽힌다.

동명 희곡은 2003년 레이프 파인즈가 융 역을 맡아 런던 연극 무대에서 초연됐으나, 당시 연극에서 표현하기에는 너무 많은 분야를 다뤄, 산만하다는 평을 받았다. 때문에 캐릭터가 약해진 것은 물론이고 정신분석학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관객에게도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는 혹평이 있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연극이라는 미디엄보다는 영화에 더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평도 있어왔다. 최근 <무비라인>과 가진 패스벤더의 인터뷰에 따르면 <토킹 큐어>는 몇 개월 뒤 베를린에서 프로덕션을 시작할 예정이다. 크로넨버그는 주로 모국인 캐나다에서 촬영을 하는데, <이스턴 프라미스> 이후 두 번째로 해외에서 촬영하는 작품이다. 사비나 역을 맡게 될 나이틀리는 뮤지컬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 하차했으나, 3월13일까지 영국 웨스트엔드 코미디 시어터에서 몰리에르의 <염세주의자>(The Misanthrope)에 참여할 예정이고, 융 역을 맡은 패스벤더는 2월에 스티븐 소더버그의 스파이스릴러 <녹아웃>과 케리 후쿠나가 감독하는 <제인 에어>에 참여한다. 또 왈츠는 미셸 공드리의 <그린 호넷>을 먼저 촬영한다고. 따라서 <토킹 큐어>의 촬영은 올해 중반이나 후반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tip <엠파이어>는 이번 캐스팅 발표에 대해 “독립영화의 드림 캐스트”라고 평했다. 몇편의 전작에서 크로넨버그가 메인스트림 할리우드 감독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토킹 큐어>로 팬들은 다시 진정한 크로넨버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적인 반응이다. 크로넨버그, 프로이트, 융의 만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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