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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와 가장 만족스런 싱크로율을 보여준 주윤발 <공자: 춘추전국시대>
주성철 2010-02-10

synopsis 수많은 나라가 경쟁하던 춘추전국시대, 노나라의 왕(요로)은 덕망 높은 관리이자 학자인 공자(주윤발)를 등용해 무너져가는 왕권의 부활을 노린다. 뛰어난 지략과 카리스마로 공자는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지만 그를 시기하는 무리로 인해 결국 노나라를 등지고 떠돌이 신세를 자청한다. 이후 그는 여러 제후들의 관심을 받고 급기야 위나라의 실질적 권력자인 남자(주신)의 유혹도 받지만 흔들림없이 자신의 길을 걷는다.

<공자: 춘추전국시대>(이하 <공자>)는 얼핏 <영웅>(2002), <무극>(2005), <야연>(2006), <황후花>(2007), <적벽대전>(2008) 등으로 이어지는 중화권 무협 블록버스터의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열거하다보니 정말 아시아권에서는 현재 가장 거류를 이루고 있는 하나의 장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실제로 ‘수만 군사’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촘촘한 인해전술 CG가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는 반대인 것 같다. 공자는 뛰어난 궁술 실력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를 초빙하려는 수많은 제후들에게 겸양으로 “병법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니까 <공자>는 오히려 기존 무협 블록버스터들의 과도한 물량에 반하는 영화로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의 그런 영화들의 스펙터클을 기대하는 팬층이 은근히 두텁다는 것이고, 버려야 할 것을 버린 대신 취할 것을 만족스럽게 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자>는 그 흐름에 대안을 제시하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인색하다. 고전에서 익히 접한 공자 개인의 인품을 그대로 반영하고, 그의 기구한 여정을 그대로 따르는 전기영화 형식을 띤 이 영화는 그야말로 지나치게 밋밋하다. 딱히 ‘사건’과 ‘반전’이라고 할 기승전결의 묘미도 부족하다. 실제 그의 삶보다 ‘말씀’에만 천착했던 관객 입장에서는 흥미가 동할 만한 ‘야사’에 대한 접근도 없으니 연출자로서의 재현은 있되 해석이 없다.

<공자>는 굉장히 교육적이고 진지하며 정치적 올바름도 갖추려 했지만 드라마로서의 미덕을 발휘하지 못했다. 중화권 배우들 중 인품이나 체격 면에서 공자와 가장 만족스런 싱크로율을 보이는 주윤발이 연기했기에 그의 언어가 그나마 어색하지 않은 최소한의 설득력을 갖는 게 가장 눈여겨볼 부분이다. 심지어 몇몇 장면은 의도적으로 예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관금붕이나 허안화, 진가신 감독 같은 이들이 공자를 영화화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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