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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성의 애환과 고결함 <하얀 아오자이>
이주현 2010-02-24

synopsis 1954년 베트남 하동. 그곳에서 하인으로 살아가는 척추장애인 ‘구(쿠옥 칸)’와 아름다운 여인 ‘단(트룽 응옥 안)’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구는 하얀 아오자이를 건네며 단에게 청혼하고, 결혼을 기약한 둘은 민란을 틈타 도망친다. 새로 정착한 마을에서 넷째딸까지 낳은 부부는 가난과 힘겹게 싸운다. 그러다 딸들이 6학년이 되고 하얀 아오자이를 입지 않으면 등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단은 옷을 마련하기 위해 힘겨운 노동을 한다. 결국 단은 자신의 하얀 아오자이를 수선해 딸에게 선물한다.

하얀 아오자이는 베트남 여성의 애환과 고결함을 상징한다. 전쟁을 경험하고 가난을 등에 업고 살아야 했던 베트남 여성들은 하얀 아오자이를 통해 애환 속에서도 고결함을 잃지 않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거듭난다. 그래서 단은 딸에게 하얀 아오자이를 건네며 이렇게 얘기한다. “하얀 아오자이를 입으면 단아하게 행동해야 한단다. 순결하고, 정직하고, 착하고, 예의바르게.”

<하얀 아오자이>는 비극적인 시대에 비참한 삶을 살았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베트남 전통 의상인 하얀 아오자이를 매개로 풀어내는 영화다. 영화를 끌고가는 인물은 구의 아내이자 네딸의 어머니인 단이다. 그녀의 모성애, 자기희생, 사랑은 영화의 처음과 끝을 관통한다. 질척거리는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는 한 어머니의 고결한 모성애를 담담히 지켜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재첩을 파는 일만으로는 네딸을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단이 유모를 구하는 집에 들어가는 대목은 충격적이다. 단은 아이에게 젖줄 유모가 아니라 기력이 쇠한 주인 할아버지에게 젖을 물릴 사람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러나 딸을 공부시키기 위해 수치심을 가슴에 묻고 윗옷을 벗는다. 한벌의 아오자이를 첫째딸 호이안과 둘째딸 옥수수가 번갈아 입으며 등교하는 장면, 실수로 하얀 아오자이에 잉크를 흘려 얼룩을 지우려 애쓰는 장면 역시 가슴을 짠하게 만든다.

이야기 전개가 다소 거칠고 촌스럽지만 <하얀 아오자이>는 감정을 동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2006년 당시 베트남 역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들여 묘사한 1950, 60년대 베트남 현대사의 모습도 관객의 감정을 고양시키는 데 큰 몫을 한다. 영화는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2007년 중국 금계영화제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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