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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 같은 성장영화 <이번 일요일에>

synopsis 소라(윤하)에게는 짝사랑하는 선배 현준(양진우)이 있다. 소라는 일본으로 영화를 공부하러 간 현준을 따라온다. 하지만 현준은 이미 가족에게 일어난 사고로 한국에 돌아간 뒤다. 소라는 어쩔 수 없이 일본에 혼자 남아 영화를 공부한다. 소라는 수업시간에 내준 과제 중 하나로 주변에서 흥미로운 사람을 찍어오라는 선생(다케나카 나오토)의 말을 따라 인물을 찾던 중 언제인가부터 주변에 자주 출몰하는 한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마츠모토(이치카와 소메고로). 잘생기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은 이 아저씨에게 소라는 점점 관심이 간다.

<이번 일요일에>는 지고지순한 러브스토리처럼 시작한다. 현준과 소라의 엇갈림 그리고 재회의 과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러브스토리는 아니다. 현준이 서울로 돌아가고 혹은 다시 만난 다음에도 사랑의 진전은 없다. 영화는 지나가는 마음을 애석해하기보다 앞으로 찾아올 새로운 것들에 눈을 돌린다. 그때부터가 이 영화의 진짜 시작이다. 어디선가 괴짜 같은 아저씨 마츠모토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랑? 그건 아니다. 그는 이상하고 흥미로운 사람이다. 아침에는 신문을 배달하고 낮에는 학교에서 미화원으로 일하고 저녁에는 피자를 배달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대걸레 자루를 손에 쥐고 서서 잠을 잘 정도다. 소라가 사랑을 잃었을 때 갑자기 나타난 이 사람, 그를 통해 소라는 새로운 출구로 나서려고 한다. 소녀와 아저씨의 사랑은 없어도 정겨움은 통하는 이야기. 감독은 그걸 “벽을 넘어 뭔가를 알아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종합하자면 성장영화다.

영화는 일본에 잘 알려진 가수 윤하의 데뷔작인데 그녀의 연기는 뛰어나지 않지만 크게 흠잡을 만큼 나쁘지도 않다. 어쩌면 어떤 특정한 재능을 판가름하기에 이 영화의 인물과 이야기가 평이하고 좀 진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츠모토 역의 이치카와 소메고로 역시 같은 난처함이 있다. 이 영화 안에서 소라의 눈에는 그가 특이해 보이지만 관객은 현실적으로는 어려우면서도 캐릭터상으로는 유쾌한 이런 아저씨들을 일본영화에서 꽤 많이 봤을 것이다. 장점을 찾는다면 연출을 맡은 일본 감독 겐모치 사토키가 남녀 배우 모두에게 “투명함”을 강조한 것처럼 고즈넉한 일본 소도시의 풍경에 늘 조용한 이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소라가 마츠모토를 주인공으로 하는 단편영화와 마츠모토가 자신의 인생사를 기억하는 매개체로 삼아 모으고 있는 수많은 유리병은 지금보다는 더 중요한 상징이 될 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그다지 주목도가 없다. <이번 일요일에>는 어느 모로 보나 20대 초입에 들어선 소녀의 성장영화다. 징징대지 않고 수선 떨지 않는 것이 보듬어주고 싶은 큰 장점인데 문제는 영화가 너무 얌전한 모범생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모범생 같은 성장영화는 재미가 덜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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