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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듯한 영화적 경험 <셔터 아일랜드>
김도훈 2010-03-17

synopsis 보스턴 근교의 섬 셔터 아일랜드의 탈출불가 정신병동에서 환자가 사라진다. 연방보안관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수사를 위해 동료 척(마크 러팔로)과 함께 셔터 아일랜드로 향한다. 증거는 없다. 자식 셋을 물에 빠뜨려 죽인 여환자는 뜻이 모호한 쪽지만 남기고 완벽하게 사라졌다. 테디는 수사를 위해 병원 관계자들을 탐문하지만 수사는 진척되지 않고, 테디는 이 모든 것이 정부 주도의 인체실험과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는 심증으로 섬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첫 장면이 나오는 순간 고전 영화광들은 나직이 신음을 흘릴 거다. <셔터 아일랜드>는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듯한 영화적 경험이다. 테크니컬러의 향취를 간직한 색감은 히치콕의 스릴러를 연상시키고, 몇몇 장면의 배경은 심지어 매트 페인팅 앞에서 찍어낸 것 같다. 마틴 스코시즈가 <셔터 아일랜드>를 위해 참고한 영화의 목록을 보시라. 발 류튼의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마크 로빈슨의 <죽음의 섬>, 로만 폴란스키의 <혐오>와 <악마의 씨>. 스코시즈는 고전 할리우드 스릴러의 스타일에 오마주를 보내기 위해 <셔터 아일랜드>를 만든 듯하다.

<셔터 아일랜드>가 <케이프 피어>(1991)처럼 비교적 신실한 장르영화는 아니라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은 전후 미국의 도덕적 공황상태, 냉전에 대한 공포, 새로운 과학·의학 기술에 대한 망상증으로 가득한 소설이었다. 스코시즈는 덜 자란 어른 같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기용해 루헤인의 비전을 빠짐없이 되살리려 노력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장르적인 쾌감에만 봉사하려는 장르영화는 아니라는 소리다. 고립된 섬의 밀실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논리적 과정은 거의 의미가 없다. <유주얼 서스펙트> 스타일의 반전이 있지만 그것 역시 별로 중요하진 않다. <셔터 아일랜드>는 논리적인 스릴러가 아니라 주인공 마음속의 지옥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영화적 환영이다. 로만 폴란스키의 <혐오>를 떠올려보시라.

미국 개봉시 많은 비평가들이 <셔터 아일랜드>를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과 비교했다. 두 영화는 미학적으로는 굉장하지만 진정한 장르적 즐거움은 부족한 ‘거장의 장르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장르적인 약점이 진정한 약점은 아니라는 공통점도 있다. 강한 정서적 울림이나 장르적 쾌락보다는 노장의 매끈한 세공력과 영화광적 감수성이 빛을 발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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