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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에 대한 담담한 다큐멘터리 <멘탈>
김도훈 2010-04-07

synopsis 일본의 지방도시 오카야마에는 정신과 의사 야마모토 마사토모가 설립한 코랄 오카야마 병원이 있다. 야마모토 박사와 자원 봉사자, 재택 도우미들이 운영하는 병원에는 정신적인 문제와 재정적인 문제를 껴안고 사는 환자들이 찾아온다. 누구는 거식증, 누구는 대인공포증, 누구는 조울증, 또 누구는 심각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 그들은 우유를 배달하는 ‘파스텔 우유배급소’와 사람들에게 무료 식사를 공급하는 ‘미니 코랄’식당에서 일하며 조금씩 사회를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연습한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정신병에 관대하지 못하다. 정신과 상담 이력만으로 취업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정신병을 앓는 환자들이 불쑥 찾아온 카메라를 반길 이유는 전혀 없다. <멘탈>의 무대가 일반적인 정신병동이 아닌 코랄 오카야마 정신 건강 상담소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코랄 아카야마 병원은 대안적인 병원이다. 진료의 야마모토 마사토모 박사는 일본 정신학계에서는 꽤 이름난 혁명가로, 일본 정신과 병동의 자물쇠 없애기 운동을 펼친 적도 있다. “자물쇠는 환자가 아니라 의사와 직원을 위한 것”을 모토로 말이다.

<멘탈>은 담담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단 3일간 촬영을 허락한 환자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환자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병원으로 오게 되었는지를 수줍게 말한다. “남편이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 이혼하겠다고 해서 그냥 살았습니다.” 이게 바로 정신질환자를 병자가 아니라 사회의 수치로 여기고 꼭꼭 숨겨두려는 일본의 현재다. 그리고 한국의 현재다. 2009년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정신장애인의 대다수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장기간 강제 수용된다. 정신병원은 돈벌이를 위해 환자의 대부분을 강제 입원시키고, 가족과 사회 역시 그들을 떠맡길 거부한다.

<멘탈>은 정신장애인을 배격하는 사회를 향해 강력하게 정치적 주장을 부르짖지 않는다. 대부분의 메시지는 정신장애인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대사 속에 숨어 있다. “현재 생활보호 대상자는 약값을 따로 내지 않아요. 근데 이번에 10%가 환자 부담이 된다는 말이 있어요. 그렇게 되면 약을 먹을 수가 없죠. 고이즈미 총리 덕분이죠.” 이건 복지국가를 버리고 신자유주의에 휘말려든 일본의 현재다. “√9(루트 9)는 ±3. +3도 맞다. -3도 맞다. 다른 사고방식. 다른 의견일지라도. 양쪽 다 맞는 것도 있다.” 이건 정신장애인이 정상인에게 되묻는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 제기다.

조용하게 가슴을 뒤흔드는 <멘탈>은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워낭소리>와 함께 PIFF 메세나상을 받았고, 두바이·홍콩·마이애미국제영화제에서도 수상했다. 일본에서는 장기 상영을 거쳐 제작후기와 출연자 대담이 실린 책 <정신병과 모자이크 터부의 세계에 카메라를 향하다>가 발행됐다. 출연한 몇명의 환자는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영화는 그들에게 헌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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