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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스타일의 뮤지컬영화 <러브 송>
주성철 2010-04-07

synopsis 이스마엘(루이스 가렐)과 줄리(뤼도빈 사니에르)는 거의 10년 가까이 사귀어온 오랜 연인이다. 지나치게 익숙해져버린 탓에 다른 친구인 알리스(클로틸드 에스메)를 끌어들여 ‘스리섬’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러다 줄리가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뜨게 되고 이들의 관계에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줄리의 가족은 이스마엘을 구속하려 들고, 그런 가운데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사랑이 나타난다.

지난 2008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사랑의 찬가>라는 제목으로 상영됐던 <러브 송>은 독특한 스타일의 뮤지컬영화다. 인물들은 노래와 춤을 추겠다는 특별한 준비없이 거리를 걷다 껴안고 키스하고 사랑을 노래한다. 그래서 어쩌면 정형화된 뮤지컬이라기보다 그저 색다른 연기방식의 차용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대나 주변의 환경이 뮤지컬의 무대로 바뀌는 게 아니라 오직 주인공들만 그렇게 자유분방한 몸짓으로 ‘내 소중한 천사’ ‘너의 향기’ ‘할렐루야’ ‘죽음의 노래가 춤을 추네’라며 노래한다. 말하자면 뮤지컬이라는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 자신의 희로애락과 상대방을 향한 진실된 마음 그 자체가 중요하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들의 가사를 생명력있게 만드는 파리라는 공간이다. 과연 이런 방식의 뮤지컬이 가능한 도시가 파리 말고 또 있을까. 더구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2003)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루이스 가렐에게 온전히 포커스가 맞춰진 이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멋대로 슬픔과 분노, 낙담 같은 감정을 표정으로 표현하고 쉽게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마저 매력적인 그는 <몽상가들>에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흰색 천과 시트 위에 상반신을 살짝 드러내고 누운 그 모습이야말로 이제 루이스 가렐을 호명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된 것 같다.

<러브 송>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또 한번 성장하려는 이스마엘 그 자신의 이야기다. 그는 끊임없이 ‘내 속에서 살고 있는 널 죽일 거야’라며 환상과 싸운다. 사람들은 이스마엘을 계속 하나의 시선으로 묶어두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현실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친다. 그렇게 힘든 감정을 껴안은 채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는 이스마엘의 모습은 영화의 음악과 너무나도 깊이 한몸을 이룬다. 말하자면 이 영화에서 뮤지컬의 노래는 영화 전체를 규정하는 형식이 아니라, 주인공들이 세상의 시선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부여한 그들의 습성이다. <러브 송>의 스타일이 지닌 매력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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