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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들의 상호작용이 즐거운 로맨틱코미디 <로마에서 생긴일>
이주현 2010-04-07

synopsis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큐레이터 베스(크리스틴 벨)는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에 간다. 48시간 동안 로마에 머물게 된 베스는 결혼식장에서 한때 풋볼 선수였던 스포츠신문 기자 닉(조시 더하멜)을 만난다. 닉과 관계를 진전시키려던 베스는 우연히 닉이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식장에서 나와 사랑의 분수에 뛰어든 베스는 분수 바닥에 가라앉은 동전들을 홧김에 줍고, 이후 동전의 주인공들은 베스에게 열렬한 애정 공세를 퍼붓는다.

로마에 가면 사랑의 분수에 떨어진 동전을 주워볼 일이다. <로마에서 생긴 일>은 사람들이 사랑의 분수를 향해 소원을 빌 때, 그 소원은 휘발되지 않고 동전에 고스란히 담기며, 동전 주인의 사랑은 분수 바닥에 가라앉은 동전의 운명과 함께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그리하여 동전을 줍는 사람은 동전 주인의 구애를 받게 된다. 허술한 듯 보이는 설정이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동전의 주인공들인 소시지 재벌, 거리의 마술사, 왕자병 모델, 길거리 화가는 베스와 닉의 로맨스에 끼어들어 사랑의 훼방꾼으로서 자신들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이처럼 <로마에서 생긴 일>은 캐릭터들의 상호작용이 재미를 빚어내는 로맨틱코미디다.

다양한 조연들에 비해 주인공 캐릭터는 전형적인 편이다. 다만 괜찮은 배우들이 캐릭터의 빈곳을 보충한다. 베스 역은 미국 드라마 <베로니카 마스>에서 똑 부러지는 연기로 인기를 얻은 크리스틴 벨이 맡았다. 베스를 연기하는 크리스틴 벨을 보고 있으면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가 떠오른다. 사랑이라는 풀리지 않는 숙제 앞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꽤 사랑스럽다는 소리다. 닉 역의 조시 더하멜은 훈훈한 외모에 어이없는 몸개그로 전에 볼 수 없었던 귀여운 모습을 선보인다. 제작자로, 감독으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작은 거인’ 대니 드 비토도 소시지 재벌 역을 맡아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문제는 개성있는 조연 캐릭터들의 비중을 늘리는 바람에 정작 극의 중심에 놓여야 할 베스와 닉의 로맨스가 싱겁게 그려진다는 점이다. 이야기와 캐릭터를 넓게 펼친 것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 돼버렸다. 로맨틱코미디로서 사랑의 단맛과 쓴맛을 부각하지 못한 것도 좀 아쉽다. 두 주인공들의 로맨스에 좀더 힘을 실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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