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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남자들의 이상한 여행의 기록 <집 나온 남자들>

synopsis 아내 영심(김규리)이 편지 한통 써놓고 집을 나갔다. 남편 성희(지진희)는 후배 동민(양익준)을 데리고 아내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여행을 떠나온 건지 아내를 찾으러온 건지 이 둘은 좀 시시껄렁하다. 아내의 오래된 전화기에서 전화번호부를 추린 다음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알게 되는 아내의 비밀들. 별안간 유곽(이문식)이라는 아내의 오빠까지 알게 된다. 셋은 이제 일행이 된다.

<집 나온 남자들>은 이하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첫 번째 장편영화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집 나온 남자들>은 현실세계의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무언가 미끄러지듯 기묘한 캐릭터와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특징을 전작과 공유하고 있다. 다른 점이라면, 전작이 냉소적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시종일관 명랑해 보인다는 데 있을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재미있다. 음악 칼럼니스트인 성희는 영화 초반부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할 때 딱 한번 그윽한 목소리를 내는 걸 제외하고는 시종일관 천방지축이다. 그와 함께 여행길에 오르는 영화감독이자 반백수인 동민은 돈키호테 옆에 있는 산초 같다. 지진희와 양익준이 연기하는데, 둘은 잘 어울리고 그들이 앞뒤없이 놀 때는 귀여운 면모가 있다. 이문식이 연기하는 유곽은 다른 코미디에서 종전에 그가 보여준 역할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이 영화에서라면 어떤 순진함이 더 잘 드러난다. 그리고 영화 속 일화 중에는 빛나는 감성으로 빚어진 것이 있다. 그 일화들은 때로 지나치다 생각되지만 그 지나침 때문에 오히려 힘을 갖는다. 아내를 어디서 찾을까, 라는 질문을 따라 여행하는 이상한 남자들의 이상한 여행의 기록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집 나온 남자들>의 호소력이 떨어진다면 그건 영화가 전체적으로 좀 성기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종종 불필요한 상황을 설정하거나 불안정한 리듬을 타는 경우가 있다. 이 영화의 호소력은 그러므로 어떤 짜임새나 정교함에 있는 것 같지 않다. 기이한 감성과 흥이 배어 있는 장면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좋은 감상법으로 유효하다. 한때 아내가 일했다는 술집에서 과거에는 유명한 점쟁이였으나 지금은 술집 여주인이 된 여자와 두 남자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바에 나란히 앉아 있을 때 느껴지는, 무료하고 허탈하지만 어딘지 원인 모를 친근감, 아내가 일했다는 피라미드 회사에서 벌어진 난장의 코미디 퍼포먼스 한판으로 성취해내는 왁자지껄한 대소동과 그 이후의 씁쓸함. 그러니까 정교함인가, 기묘함인가, 그게 <집 나온 남자들>을 판단하는 선택의 기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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