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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장르영화 <반가운 살인자>
김도훈 2010-04-07

synopsis 서울의 한 동네에서 비오는 날 여자들만 노리는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을 쫓는 건 두 남자다. 정민(김동욱)은 매일 반장에게 찍혀사는 신참 형사, 영석(유오성)은 사업 말아먹고 2년간 실종자로 살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 백수다. 정민은 바닥을 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사건에 뛰어들고, 영석은 딸(심은경)에게 자신의 생명보험금을 남겨주기 위해 사건에 뛰어든다. 여장을 하고 살인현장에 먼저 나타나는 영석을 딸과 경찰이 살인범으로 생각하면서 문제가 조금씩 꼬여가기 시작한다.

<반가운 살인자>는 하이브리드 장르영화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서미애의 동명 단편소설은 (영화에서 유오성이 연기하는) 백수가 주인공인 일종의 추리스릴러였다. 단편을 장편으로 늘리기 위해 감독 김동욱은 자기 일에 도무지 매력이라곤 느끼지 못하는 양아치 형사를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끌어들였다. 형사가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면서 영화는 스릴러에 코미디적 요소를 집어넣으려 애쓴다.

서로 다른 주인공이 하나의 사건을 추적해나가며 얽혀든다는 설정은 꽤 재미가 있을 법하다. 문제는 코미디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형사 정민이 백수 영석만큼 흥미롭지가 않다는 거다. 백수 영석은 이야깃거리가 넘치는 캐릭터다. 사업 실패로 노숙 생활을 하다가 산산이 깨진 가족의 곁으로 돌아온 그는 오로지 딸의 유학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일념으로 생명보험을 든 채 살인범을 뒤쫓는다. 스스로 타깃이 되기위해 여장을 하고 CSI처럼 꼼꼼하게 범인의 동선을 추적하는 노력은 눈물겹다. 오랜만에 복귀한 유오성의, 부러 처량해 보이는 연기도 한몫을 한다. 그러나 영석과 동등한 역할을 배분받은 형사 정민은 도무지 호감가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난자된 채 죽어버린 여성 희생자들에 대한 동정심 따윈 추호도 없으며, 결정적인 증언도 가볍게 무시한다(단지 증인이 학생들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가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오로지 경찰 홈페이지에 자신을 나쁜 경찰의 본보기로 신고한 백수 영석을 잡아내기 위해서다.

<반가운 살인자>는 하이브리드 장르영화라는 목표 때문에 종종 제 발에 걸려 넘어진다. 코미디를 위해 억지로 만들어넣은 경찰 캐릭터를 제거하고 백수 영석을 주인공으로 한 스릴러영화로 묵직하게 돌진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영화를 보다가 저 경찰 주인공부터 먼저 좀 처단하라고 살인마를 향해 기도하는 일은 없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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