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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력을 이겨내기 위한 뚱보들의 질주 <사이즈의 문제>
이영진 2010-04-14

synopsis 요리사 헤르젤(이지크 코헨)은 뚱뚱해서 손님들에게 거부감을 준다는 이유로 바가 아닌 주방 근무를 하게 되자 홧김에 식당 일을 그만둔다.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 클럽을 다니지만 숨만 쉬어도 몸무게는 늘어난다. 백수로 지낼 것이냐는 어머니의 타박에 스시 레스토랑에서 접시 닦는 일을 하게 된 헤르젤. 우연히 TV에서 본 스모 경기에 빠져든 헤르젤은 과거 유명한 코치였다는 레스토랑 사장 키타노(도고 이가와)에게 스모를 가르쳐달라고 매달린다.

비만은 비단 불편한 ‘사이즈의 문제’만은 아니다. 150kg을 훌쩍 넘는 거구의 헤르젤은 간신히 요리사 자격증을 얻었으나 ‘셰프’ 소리를 듣지 못한다. 야식을 먹다 엄마에게 들켜 면박당하는 건 다반사. 남편의 비만 때문에 과부가 된(?) 반백의 엄마는 35살 먹은 아들을 보며 ‘여자친구라도 있느냐’고 혀를 찬다. ‘살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뚱보는 헤르젤 말고도 또 있다. 그의 친구 아론은 비만 스트레스 때문에 아내와 불화를 겪고, 기디는 종일 컴퓨터 채팅에만 빠져 있다. 지역 방송사에서 일하는 삼미는 특종 욕심으로 가득하지만 감당 못할 몸무게는 언제나 갈 길을 막아선다. 이혼을 몇번 거듭하면서 덩치가 산만 해진 제하라는 ‘뚱뚱한 며느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헤르젤의 엄마 때문에 고민한다.

<사이즈의 문제>는 이스라엘판 <으랏차차 스모부>처럼 보인다. ‘여호와의 아들들’은 엉덩이를 훌러덩 까 보여야 하는 마와시(스모용 샅바)를 보고서는 경악하지만, 대학 졸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모래판 위에 서야 하는 동양의 스무살 청년들보다 스모에 대한 열정은 더 크다. 살을 찌워야만 대접받을 수 있는 스모의 세계에서 그들은 처음으로 환희를 느낀다. 삼고초려 끝에 간신히 기타노 사장을 코치로 영입한 ‘헤르젤과 세 마리 곰’이 스모 역사(力士)가 되려고 갖은 용을 쓰는 장면들은 먹고살기 위해 스트립쇼를 벌이는 <풀 몬티>의 아저씨들만큼 귀엽다. 그렇다고 <사이즈의 문제>를 스포츠영화라고 분류하긴 좀 곤란하다. 외려 <사이즈의 문제>는 서로 다른 남녀, 각기 다른 문화 사이의 이색 로맨스를 중계하는 데 더 공을 들이는 영화다. 사건 전개는 다소 늘어지지만 맛나는 대사들이 이를 메운다. 우승 트로피를 받는 대신 마와시를 입고서 ‘그녀’에게 고백하러 달려가는 이지크 코헨의 뭉툭한 미소도 <사이즈의 문제>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세상의 중력을 이겨내기 위한 뚱보들의 질주는 밥 웨인슈타인 형제의 눈에 들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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