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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의 인디스피릿으로 가득 찬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

부평의 한 모텔촌, 뜬금없이 ‘루비살롱’이란 이름의 라이브클럽이 생긴다. 사장 리규영은 1990년대 중반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과 함께 인디의 전성기를 보낸 인물로, 갑자기 애가 생기면서 낙향해 ‘술, 음악, 여자’를 모토로 루비살롱 레이블을 설립했다. 여기에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쥬스’가 합류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그들은 로큰롤의 전파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영화를 선택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상황이 있다. 우선 가족과 함께 극장을 찾지 말 것, 그리고 혼자보다는 반드시 누군가와 동행할 것. 선택의 폭은 좁고도 넓다. 그리고 영화의 시야 역시, 좁지만 넓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홍대의 인디스피릿으로 가득 찬 다큐멘터리다. 두 밴드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이를 통해 인디뮤지션의 탤런트 전체를 상상하게 만든다. 이 크레이지 로큐멘터리를 끌고 가는 힘은 역시나 인디의 자유로운 정신이기 때문이다.

마틴 스코시즈의 <라스트 왈츠>는 ‘이 영화는 크게 소리를 높여 보아야 합니다!’라는 문구로 시작되는데, 그래서일까? 두 영화는 다소 비슷하게 생각되는 면면을 지녔다. ‘더 밴드’라는 (조플린이나 헨드릭스에 비해) 다소 덜 부각된 밴드를 다룬 것이 그렇고, 특정 밴드의 시작 혹은 마지막을 영상으로 담으려 한 시도 자체가 그렇다. 다만 스코시즈가 영상 속에서 더 밴드와 관객과의 호흡을 배제하려 애쓴 반면, 백승화의 두 밴드는 관객과의 소통을 최대한 열어두려 한다. 이 점이 다르다. 그리고 이가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이 지향하는 바를 알려준다.

이 영화는 시네 콘서트를 갈망하지 않는다. 다만 관객과의 정서적 소통, 그리고 멤버들의 인간적인 면을 더 부각하려 한다. 그리고 이 점이 갤럭시 익스프레스보다 타바코쥬스가 부각되는 이유다. 그들의 움직임은 인간적이지만 아티스트적이고, 또 무엇보다 (첫인상과 다르게) 꽤 귀엽다. 실제로 감독은 연출인 동시에 타바코의 드러머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를 강렬히 드러내지는 않는다. 아마 영화의 시점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으려 한 것 같다. 하지만 한 음악가에 집중하는 여타 다큐들과 달리 이 영화는 ‘리규형, 갤럭시, 타바코’로 삼분할돼 진행되기에 이 부분이 조금 애매하다. ‘우리 타바코’가 아니라 ‘그들’로 그어진 선, 이 매치가 감독의 드러머란 포지션을 아쉽게 한다. 차라리 그의 캐릭터는 드러나지 않는 편이 좋았다.

“내일이라도 관둘 수 있게 홀가분하게 해야, 그냥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리규영은 말한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있자면 그럴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긴다. 단지 기분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충만함, 이것이 이 영화가 알려주는 로큰롤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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