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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다양한 면모를 향연 <피스트 오브 러브>
장영엽 2010-05-05

사랑의 다양한 면모를 향연(feast)처럼 펼쳐놓는 영화다. 네 커플이 주인공이다. 평범한 가장이었던 브래들리(그렉 키니어)는 아내(셀마 블레어)가 갑작스레 레즈비언임을 선언하며 집을 떠나자 홀로 남겨진다. 젊은 연인 오스카와 클로에(알렉사 다발로스)는 서로 열렬히 사랑하지만 생활을 지탱할 여력이 없다. 그들은 커플 포르노를 찍어 돈을 벌려 한다. 다이애나는 홀로 된 브래들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오랫동안 불륜 관계를 유지해온 데이비드가 있다. 가족에 대한 상처가 있는 노교수 해리(모건 프리먼)는 세 커플의 주변인으로서 그들을 관조한다.

<피스트 오브 러브>는 인생의 여러 단면들을 촘촘하게 묶어 하나의 정교한 작품으로 완성해낼 줄 아는, 전형적인 로버트 벤튼표 영화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우연으로 심경의 변화를 겪고, 그로 인해 한층 더 성장하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벤튼의 전작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와 <노스바스의 추억>과도 닮은 점이 있다. 문제는 방점이 없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성찰적이고 인생에 대한 품격을 지니고 있지만, 관객의 의표를 찌르거나 울림을 주는 한방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고, 차분하고, 조용하다. 작품의 제목에 빗대어 묘사하자면 장소도 좋고 음식도 만족스럽고 사람들도 마음에 들지만 어쩐지 내 축제로 삼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 향연이랄까. 거의 대부분의 영화에 신 아니면 현인으로 등장하는 모건 프리먼을 보는 것도 그리 반갑지는 않다.

그러므로 큰 기대는 금물이다. 그저 한때 미국 고전영화의 미덕과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력으로 주목받았고, 이제는 인생의 황혼기(벤튼은 1932년생이다)를 걷고 있는 노장이 편안한 마음으로 (방심하며) 만든 작은 소품 같은 영화라 여기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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