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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해결사 A-특공대가 되어 다시 돌아왔다! <A-특공대>
강병진 2010-06-09

드라마 < 미션 임파서블 >의 IMF 요원들과 < A특공대 >의 네 남자는 무엇이 다른가. IMF 요원이 컴퓨터를 이용할 때, A특공대는 용접기를 사용한다. IMF가 국가간 첩보전쟁에 뛰어들 때, A특공대는 미국 전역에 살고 있는 악당들을 처단한다. 무엇보다 다른 점은 그들의 직업을 대하는 태도다. IMF 요원들은 정말 요원처럼 보이지만, 전직 군인이라는 A특공대는 전쟁놀이를 하고픈 밀리터리 마니아와 다를 게 없다. 드라마 < A특공대 >가 전시한 쾌감은 이 점에서 비롯된다. 파면된 군인이고 복직을 소망하지만, 정색하지 않는 군인인 그들의 활약은 신나는 총놀이에 가깝다. 영화 < A-특공대 > 역시 그들이 군인이라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니발과 B.A가 처음 만나는 장면을 보자. 그들은 서로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을 확인한다. 군인으로서 갖는 동지애는 서로를 바라보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드러난다. 전쟁영화였다면 그들의 눈빛교환이 벅찬 감동을 주었을지 모르지만, 의도적인 과장이 섞인 이 장면은 그저 웃기다. 영화 < A-특공대 > 또한 총과 폭탄, 헬기를 갖고 놀기 좋아하는 네 남자 이야기다.

추억의 드라마가 여름용 블록버스터로 거듭나면서 이야기의 무대는 넓어졌다. 원작이 국지전이라면 영화는 전면전이다. 시작은 멕시코다. 한니발(리암 니슨)과 멋쟁이(브래들리 쿠퍼)는 작전을 수행하던 도중 B.A(퀸튼 잭슨)와 머독(샬토 코플리)을 만나 탈출에 성공한다. 8년 뒤, 그들은 작전능력을 인정받는 A특공대가 되어 바그다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이라크의 불법조직이 가진 화폐동판을 탈취하는 비밀작전을 수행한다. 작전에 성공했지만, 동판은 사라지고, 명을 내린 장군은 죽어버린다. 동판을 불법조직에 넘겼다는 누명을 받은 그들은 감옥에 갇힌다. 6개월 뒤, 명예회복을 위해 탈옥을 감행한 그들은 동판이 있는 독일로 향한다. 군대와 CIA가 얽혀 있는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A특공대는 불가능한 작전을 펼친다.

< A-특공대 >에서 원작의 결을 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건 4명의 캐릭터다. 시가를 물고 있는 한니발, 언제 어디서나 여성들의 마음을 공략하는 멋쟁이, 그리고 제정신이 아닌 머독과 비행기를 못 타는 B.A. 새로운 배우들은 원작의 캐릭터가 가진 헤어스타일과 의상까지 거의 비슷하게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물론 원작의 팬들이 기억하는 건 더 많을 것이다. 그들이 타고 다니던 시보레 밴과 그들이 싸울 때마다 흘러나온 테마음악도 있지만 밴은 첫 부분에서 망가지고, 테마음악은 기억이 날 만큼만 들린다. 연출을 맡은 조 카나한 감독은 “원작처럼 쉽고 가볍게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말은 < A-특공대 >를 9·11 이후의 성찰이 담긴 블록버스터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원작처럼 별다른 고민없이 총격전과 폭발을 나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원작과 거리를 두면서도 원작의 매력을 살리고자 했을 때, 4명의 주인공은 필히 복제해야 할 요소였을 것이다. 덕분에 끊임없이 깐족대는 수다와 총을 쏘며 지르는 남자들의 괴성은 영화에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

극중 한니발은 반복적으로 말한다. “어느 상황에서든 작전은 있게 마련이지.” 이들이 벌이는 작전의 풍경은 원작과 가장 거리가 먼 부분이다. < A-특공대 >는 인물들이 가진 특공대원으로의 능력을 부각하는 한편, 원작보다 나은 액션 시퀀스를 만들기 위해 이들이 벌이는 작전을 꼼꼼히 전개시킨다. 원작의 작전을 떠올려보자. 그들의 작전은 철판을 덕지덕지 붙인 차로 날아오는 총알을 막으며 적진을 돌파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에 비해 영화의 작전은 정말 작전이다. 타이밍에 따라 적지적소에서 맡은 임무를 수행하고 온갖 소품을 이용해 극적인 상황까지 연출해낸다. 물론 이들의 작전과 액션에 영화적인 논리는 있을망정 사실적인 논리는 없다. 격추된 비행기에서 탱크를 타고 탈출하고, 낙하 중인 탱크에서 기관총을 쏴서 적을 물리치는 장면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끊임없는 수다와 총격전, 그리고 크기로 승부하는 액션이 한데 섞인 < A-특공대 >는 최근의 블록버스터 경향을 역행하고 있는 영화다. 정체성을 고민하는 슈퍼히어로의 이야기도 아니고, 9·11 이후의 정치·사회적 변화를 담은 첩보액션영화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 A-특공대 >는 우리가 원래 알고 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의 전통적인 본질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 A-특공대 >가 상기시키는 추억의 시대는 원작이 방영된 80년대가 아닌, < 다이 하드 >의 90년대에 가까워 보인다. 한국에 비디오 시장이 살아 있던 시절, 20, 30대 독신남들이 퇴근길에 빌리던 바로 그 영화가 < A-특공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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