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 설파 <미녀들의 전쟁>
김용언 2010-06-23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나 <걸 온 더 브릿지>의 황홀한 감각적 터치와 신비로운 무드를 사랑했던 관객이라면 동일 감독 파트리스 르콩트의 소극 <미녀들의 전쟁>이 조금 낯설어 보일 것이다. <미녀들의 전쟁>은 거의 할리우드 코미디를 방불케 할 만큼 빠른 호흡과 다소 과장된 캐리커처로 시작한다. 프랑스 북부 산악지역, 협곡 하나를 사이에 둔 자무쉬와 슈퍼 자무쉬 마을. 슈퍼 자무쉬 마을은 스키 관광객 유치로 풍족하지만, 자무쉬 마을은 관광자원이라곤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늘 가난하다. 두 마을의 신경전은 매년 열리는 미인대회에서 극에 달하는데, 당연하게도 지난 22년간 미인대회 우승자는 늘 슈퍼 자무쉬 마을 출신이었다. 나날이 쇠락해가는 자무쉬 마을은 결국 슈퍼 자무쉬 마을에 통합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고, 자무쉬 주민들은 미인대회에서 우승해 마지막 자존심을 살리고자 무명배우 프랭크(브누아 포엘부르드)를 미인대회 코치로 전격 영입한다. 보기만 해도 한숨 나오는 오합지졸 후보들을 미인으로 갱생시켜야 하는 프랭크는, 첫사랑 세실(올리비아 보나미)과의 조우에 혼란스럽다.

영화는 당연하게도 ‘아무리 해도… 안돼요’ 마인드에서 벗어나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설파하는 결론으로 향한다. 하지만 착하디착한 결론으로 가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에피소드들은 그다지 참신하거나 새롭지 않다. 안경을 벗고 묶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몸을 겹겹이 감싸고 있던 옷을 벗기면 갑자기 미인으로 거듭나는 클리셰부터 오합지졸 아가씨들의 무시무시한 체력 훈련, 킬힐 훈련 등은 간간이 미소를 자아내긴 하지만 영화가 노리는 웃음의 강도는 그리 세지 않다. 프랑스 최고의 배우 중 한명인 브누아 포엘부르드가 섬세한 디테일을 발휘할 틈 없이 코미디 상황에 함몰되어 허우적거리는 것이 안쓰럽다. 르콩트 특유의 장기인 ‘자기만의 닫힌 세계’ 속 캐릭터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은 귀엽지만, 그것이 조율되지 못했을 때 영화는 그저 떠들썩한 소란에 그칠 뿐이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