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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인 틸로가 운영하는 향신료 가게 이야기 <러브 인 샌프란시스코>

제목만으로는 샌프란시스코의 수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코미디일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라는 풍요로운 도시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어떤 사랑에 관한 이야기. 결국 사랑에 관한 영화이지만 전개되는 방식은 이런 예상과 좀 다르다. 샌프란시스코의 정경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이야기는 정해진 실내 세트에서 진행된다. 아름다운 인도 여인 틸로(아이쉬와라 라이)가 운영하는 향신료 가게 ‘스파이스 바자’가 그곳이다. 물론 그 이유는 어떤 미학적 태도가 아닌 예산상의 이유였던 것 같다.

여주인공 틸로는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유년 시절 참혹한 일을 겪었다. 독특한 예지력을 갖고 태어난 틸로는 유년 시절 그녀의 예지력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에게 부모를 잃고, 가까스로 한 마법의 섬에 들어가게 된다. 그때부터 스파이스의 신령을 따라 사람들을 치유하고 돌보는 현대판 마법사로 살아간다. 성인이 된 틸로는 샌프란시스코 외곽에 ‘스파이스 바자’라는 향신료 가게를 열고 오가는 손님들의 고민을 남몰래 향신료의 마법으로 치료해주는데, 어느 날부터 나타난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스파이스 마법사가 따라야 하는 운명 중에는 사랑에 빠지면 안된다는 것이 있다. 틸로는 고민에 빠진다.

<러브 인 샌프란시스코>는 이야기만으론 거의 동화라고 해야겠다. 주인공이 해서는 안될 일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일들, 그리고 처벌과 그 처벌조차 뛰어넘는 사랑의 힘. 동화 속에 수없이 등장한 금기와 그 깨어짐이 반복된다. 틸로 역의 아이쉬와라 라이는 미스 월드 출신이며 인도에서 각광받는 스타 배우이고 그녀의 미모로 영화는 거의 지탱한다는 느낌까지 준다. 한편, <신부와 편견> <슈팅 라이크 베컴>을 연출한 거린다 차다가 제작에 참여했다. 거린다 차다의 장점은 서구의 정서에 인도인의 전통적 정서를 적절히 섞어낼 줄 안다는 것인데, <러브 인 샌프란시스코> 역시 그 점을 겨냥하고 만들어진 것 같다. 하지만 기대되는 동화적 이야기와 달리 영화의 전반적인 연출이 많이 딱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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