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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로 걸어들어서는 살인마의 왜곡된 심리 <킬러 인사이드 미>
김용언 2010-07-07

“어떻게 감히! 어떻게 선댄스에서 이런 영화를 틀 수가 있나요!” 지난 1월 선댄스영화제 프리미어 상영 당시 무대로 초대받은 마이클 윈터보텀은 격노한 관객에게 스스로를 변호하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1952년 출간된 짐 톰슨의 황량한 스릴러 소설 <킬러 인사이드 미>(한국 출간 제목 <내 안의 살인마>)는 거의 투명하리만치 영화에 반영됐다. 원 텍스트의 잔혹한 충격이 여과되지 않고 이미지화되면서 불쾌감은 극에 달했다. 마이클 윈터보텀의 영화 <킬러 인사이드 미>는 말 그대로, 어쩌면 원작보다 더 저주받은 작품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 텍사스주 소도시의 부보안관 루 포드(케이시 애플렉)는 명망있는 의사 가문 출신이다. 겉으로는 지극히 예의바르고 선한 이 남자는 콜걸 조이스(제시카 알바)와 처음 만난 순간부터 멈출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를 사랑하는 두 여자, 조이스와 약혼녀 에이미(케이트 허드슨)는 단지 그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지옥으로 끌려들어간다. “사랑해”, “미안해”, “잘 가” 같은 일상어들은 순식간에 소름끼치는 저주로 변하고, 조건없는 사랑은 손쉬운 희생제의로 화한다. 초기작 <버터플라이 키스>에서도 충동적인 폭력와 에로스의 화학작용을 다뤘던 윈터보텀은 아주 작은 어긋남 하나로 걷잡을 수 없는 파멸로 걸어들어서는 살인마의 왜곡된 심리를 지극히 우아하면서도 건조하게 담아냈다. 그 폭력의 순간은 태연하게 응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태롭다.

대신 어린 시절의 상처가 지금의 야수를 만들었다는 단순한 전제(프로이트의 노골적인 눈짓)가, 50년대 원작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영화에 그대로 차용되었다는 점은 비판받을 만하다. 비뚤어진 영혼을 사랑하는 여자들의 비통함에 대해 소설보다도 훨씬 더 무관심하다는 점 역시 지적할 만하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의 관습적인 사용만 자제했더라도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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