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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잉태하지 않는 할리우드의 불임성 <프레데터스>

15년 전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프레데터>의 속편으로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그가 직접 제작을 맡은 <프레데터스>는 15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뛰어넘어서려는 듯 존 맥티어넌의 원작을 많은 부분 충실하게 반영한다. 광활한 원시림에서의 인간 사냥이라는 설정 위에 몸에 진흙을 바르고 나무로 만든 무기와 그물 덫도 등장하며 전갈을 칼로 찍어 죽이는 장면과 같은 원작에 대한 오마주도 나온다. 그럼 무엇이 바뀌었는가? 행성이 지구에서 외계 행성으로 바뀌고 사냥감이 되는 인간들은 목적을 가지고 모인 것이 아니라 영문도 모른 채 하늘에서 뚝 떨어지며 더욱이 전세계에서 지역별, 인종별로 출석 체크하듯 골고루 한명씩 뽑혔다. 대단한 배려라도 했다는 듯이 여성 스나이퍼도 들어가 있다. 사냥감이 다양해진 만큼 프레데터도 수가 많아지고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육중한 몸으로 둔탁한 소리를 내며 자기들끼리 싸우기까지 한다. 원작에서의 인간과 프레데터의 대결 구도는 인간과 인간 그리고 우스꽝스런 가면을 쓴 또 다른 인간들 사이의 대결로 전락한다. 절대적 힘 앞에서의 인간의 나약함과 본성에 대한 묘사는 자취를 감추고 인간들 사이의 갈등도 중반 이후 힘을 잃으며 그만큼 전체적인 긴장감도 떨어지고 마지막 반전도 탄력을 받지 못한다.

<프레데터스>는 자본주의에서 새로움이라는 것이 얼굴만 바꾸고 가면만 바꾸면서 끊임없이 똑같은 것을 반복 재생산할 뿐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프레데터라는 상품의 주물적 성격에만 집착한 나머지 새로움이 진정한 새로움을 갖고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죽기 위해 태어나는, 아이를 밖으로 내보내긴 하지만 아무것도 잉태하지 않는 할리우드의 불임성을 <프레데터스>는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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