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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바커와 김석출 선생과의 만남 <땡큐, 마스터 킴>
이영진 2010-09-01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드러머 사이먼 바커에겐 숙원이 있다. 오래전 자신의 귀를 사로잡고 몸을 들뜨게 했던 김석출 선생과의 만남이다. 지난 7년 동안 한국을 17번이나 방문했지만, 김 선생의 거처를 아는 이가 없어 번번이 허탕을 쳤던 사이먼에게 어느 날 반가운 소식이 전해져온다. 한국의 국악인 김동원이 고대했던 자리를 주선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 선생의 나이 이미 여든, 사이먼은 ‘얼굴도 모르는 스승인’ 김 선생과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대면을 위해 한국을 서둘러 찾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고행의 관문이다.

<땡큐, 마스터 킴>을 코 크고 눈 파란 유명 외국 뮤지션의 별난 여정이라고 넘겨짚어선 안된다. 김동원은 ‘도대체 분석되지 않는’ 김석출 선생의 소리를 접하려면 ‘호기심’을 버리고 ‘존중’을 가지라고 사이먼에게 충고한다. 예를 갖추기 위해선 ‘다른 정신세계’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석출 선생으로부터 방문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사이먼은 김동원과 함께 소리와 장단의 명인들을 찾아나서는데, 이 과정은 ‘진실로’ 고수가 되기 위한 무협영화의 장면들처럼 흥미롭게 연출되어 있다. 사이먼이 호흡을 가다듬고 몸의 힘을 빼고 음양의 이치를 조금이나마 깨닫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장면은 웃음 그 이상을 전달해준다. 수십년 동안 폭포수와 싸우며 소리를 키우고, 맥박을 장단 삼아 장구를 치고. 몸을 열어 신을 놀게 했던 한국의 예인들 앞에 선 사이먼의 두려움과 설렘이 일기투의 솔직한 내레이션과 재즈 연주로 고스란히 채보되기도 한다. 사이먼과 김석출 선생의 두번 다시 이뤄질 수 없는 만남, 서로를 거울삼아 펼치는 마지막 합동공연의 감흥도 충만하고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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