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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에 흥미로워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 <슈퍼배드>
장영엽 2010-09-15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누군가에게 도둑맞는다. ‘얼음땡 건’으로 사람들을 일시 냉동시키거나 지나가던 아이의 풍선을 터뜨리는 등 소심한 범죄만 일삼던 그루(스티브 카렐)는 이 사건에 자극받아 달을 훔치겠다고 나선다. 그는 달을 손톱만 한 크기로 축소해주는 ‘축소광선 무기’를 손에 넣지만, 이마저도 피라미드 절도 사건의 범인인 벡터에게 빼앗기고 만다. 자존심이 상한 그루는 우연히 만난 고아 세 자매 마고, 에디트, 아그네스를 이용해 벡터에게서 축소광선 무기를 되찾아오려 한다.

<슈퍼 배드>의 타깃은 성인보다 악당에 흥미로워하는 어린이들이 틀림없다. 이 3D애니메이션은 제임스 본드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각종 기발한 무기와 악당들의 범죄행각으로 눈을 호사롭게 한다. ‘쿠키 로봇’, ‘피라냐&오징어 건’ 등 위협적이지 않지만 상상력이 흥미로운 무기와 눈앞으로 미사일이 날아드는, 명백히 3D 효과를 겨냥한 설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하이스트 무비, 혹은 스파이물의 공식을 어린이 애니메이션에 녹여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때문에 <슈렉> <몬스터 주식회사> 등을 상상하며 ‘즐기기 위해’ 극장을 찾는 어른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다.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역할은 세 고아 자매와 그루의 부하인 노란 알약 모양의 미니언들이 맡는다. 한국어 더빙판으로 본다면 소녀시대 멤버 태연(마고 역)과 서현(에디트 역)이 세 자매 중 두명의 소녀를 맡아 목소리 연기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데, 첫 도전치고는 무난한 연기라 할 만하다.

<슈퍼 배드>는 이십세기 폭스 애니메이션 부서의 총책임자였던 크리스 멜리단드리(<아이스 에이지> 시리즈 제작자)가 세운 신생 제작사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첫 작품이다. 비록 픽사와 드림웍스의 완성도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애니메이션 각축장에 전입신고할 신무기로 이 정도면 만족스럽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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