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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문제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나를 닮은 얼굴>
장영엽 2010-09-29

영화가 시작되면 한 남자가 미국 사우스다코타의 벌판에서 담배를 피운다. 전형적인 코리안-아메리칸의 모습을 한 그 남자의 이름은 브렌트다. 남자가 사라지며 이번엔 한 중년 여성(노명자)이 등장한다. 비슷한 벌판, 비슷한 노을을 배경으로 홀로 서 있는 그녀는 그러나 한국, 청주에 있다. 두 사람은 닮았다. 그들은 모자지간이나 30여년간 서로 생사를 알지 못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여자의 가족이 그녀의 아들을 입양보냈고, 여자는 아이가 ‘한국의 부잣집으로 보내졌다’고 생각한 채 정작 미국으로 입양된 아들은 ‘버려졌다’고 생각한 채 영겁 같은 세월을 보냈다.

<나를 닮은 얼굴>은 노명자씨와 그녀의 아들 브렌트를 통해 입양문제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그런데 영화가 중요하게 다루는 건 마침내 재회한 혈연의 눈물나는 소회가 아니다. 대부분의 입양 관련 다큐멘터리가 택하는 그런 주제는 이 영화에서 모자의 내레이션과 그들이 실제 출연한 <아름다운 용서>의 자료 화면으로 재빠르게 지나간다. 오히려 만남 그 뒤, 어머니와 아들이 언어와 문화의 간극을 뛰어넘어 어떻게 한 발자국씩 서로에게 다가가는지가 중요한 문제다. <나를 닮은 얼굴>은 그 과정을 담담한 시선으로 조명한다. 브렌트는 친어머니가 손으로 먹여주는 음식을 꺼린다. 그는 생모가 그리웠냐는 질문에 그다지 그립지는 않았다고 말하며, 한국의 친척들이 서로를 긴장감없이 껴안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고백한다. 변화는 설명이나 코멘트가 아니라 영상으로 보여진다. 모자가 무의식적으로 같은 표정을 지을 때, 혹은 비슷한 모습으로 담배를 입에 물 때 느껴지는 묘한 감동이 있고, 스스로가 입양아 출신인 태미 추 감독은 이 무의식적인 동질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내는 방법을 아는 듯하다. 특히 화면이 암전된 채 한국어와 영어만으로 진행되는 노명자씨와 브렌트의 대화장면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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