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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의 가상인터뷰] 오우삼 성형외과 원장님은 앞트임 전문인가요?
주성철 2010-10-27

<검우강호>의 세우

-어서 오십시오. 믿음과 신뢰의 초스피드 ‘강아생 퀵서비스’입니다. 말씀만 하세요. 서울 전 지역 어디든 단숨에 배달합니다. 깨지는 물건은 미리 말씀해주시고요. 아 저 옆에서 비단 파시는 아가씨로군요. =네, 남산 한옥마을까지 보내는 물건이 하나 있어요. 성실한 분으로 소문이 자자하던데 역시 듬직하군요.

-기술도 없고 가진 것도 없으니 몸으로 때웠죠. 새벽에는 마구간 말똥 치우는 일을 하고 있고요, 집에 갈 때면 리어카에서 파는 두부포 쌈이 먹고 싶어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지만 꾹 참고 열심히 돈을 모았습니다. 다음주면 3년 만기 적금을 타게 되는군요. 하하, 기쁩니다. 같이 찾으러 가실래요? 제가 가는 은행은 번호표 안 뽑아도 바로바로 해줘요. =정말 요즘 보기 드문 분이로군요. 그런데 계속 저를 못 알아보시는군요. 혹시 일부러 그러시는 건가요? 아님 정녕 저를 잊으셨나요? 칼을 쥔 제 손을 보세요.

-누구신지? 아니 이런, 너는 흑석파의 세우! 어딘가 낯익은 얼굴이다 했더니, 어찌 이리 매직 앞트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다니 정말 놀랍군. 하지만 이렇게 쉽게 네 정체를 드러내는 이유가 뭐냐, 이 부모님의 원수! =그날 이후 늘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그리고 강호를 떠났죠. 하지만 당신은 티나지 않게 프티성형을 한 탓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죠. 저를 시술해준 누아르성형외과 오우삼 원장님의 솜씨더군요. 그러게 정체를 숨기려면 더 비싼 시술을 받으셨어야죠. 아무튼 시장에서 비단 장사를 하며 그런 당신을 계속 지켜보다가 저도 모르게 그 순수하고 성실한 모습에 반해 사랑에 빠지고 말았어요. 그냥 나를 못 알아보면 미련없이 떠날 생각이었는데 그만 여기 눌러앉고 말았던 거죠.

-이제 와서 동정을 바라다니, 다 필요없다. 나 또한 그대를 눈여겨보지 않은 것이 아니나 원수는 원수일 뿐. =그것이 내 운명이라면 받아들이죠. 기꺼이 돌다리가 되어 500년간 바람을 맞고 500년간 뙤약볕을 쬐며 500년간 비를 맞으며 당신이 그 돌다리를 건너길 기다리겠다고 다짐했으니.

-닥쳐라.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고 했거늘. 어설픈 말장난은 당장 집어치우고 그 잘난 보톡스에 내 칼을 받아라. =그래도 제 마음만은 알아주세요. 그리고 갈 때 가더라도 꼭 해줄 말이 있어요. 저는 이렇게 떠나지만 곧 들이닥칠 흑석파의 전륜왕 역시 당신을 바로 알아볼 거예요. 당신을 시술해준 오 원장님의 프티성형에는 네 가지 약점이 있기 때문이죠.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장님께 꼭 제 얘기를 전해주세요. 그리고 꼭 다시 재수술을 받으세요. 능란함 속에 유약함을 숨기고, 어둠과 빛을 고루 이용하고, 모호함 속에 명료함을 드러내며, 항복으로 강함을 얻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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