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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인생'을 찾아 떠나는 한 남자의 로드무비 <맛있는 인생>
김성훈 2010-10-27

<맛있는 인생>은 ‘맛’과 ‘인생’을 찾아 떠나는 한 남자의 로드무비다. 손대는 영화마다 망하는 영화제작자 조 대표(류승수). 하루 종일 걸려온 빚쟁이들의 전화에 스트레스를 받은 그는 무작정 바다가 있는 강릉으로 떠난다. 강릉이라고 해봐야 별 수 있으랴 싶은 와중에 한 여자 민아(이솜)가 그의 눈에 쏙 들어온다. 그런데 이 여자, 어디서 본 것 같다. 20년 전 조 대표가 강릉에서 하룻밤 만났던 그녀와 너무나 닮았다. 그는 민아가 자신의 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솔직한 고백 하나 해야겠다. 영화의 설정만 보고 <맛있는 인생>은 한 남자가 낯선 곳에서 만난 어린 여자에게 수작을 부리는 내용인 줄 알았다. 그건 절대 아니다. 평소 미식가로 알려진 조성규 감독은 자신의 취향을 영화에 버무리는 데 관심이 있는 듯하다. 시나리오를 쓴답시고 민아에게 강릉 가이드를 부탁한 조 대표는 강릉 맛집들을 순례한다. 두 사람은 도치로 만든 알탕을 먹고, 우리나라 최고의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커피집에 들러 보헤미안 커피의 맛과 향을 즐기고, 화진포 막국수를 먹으며 냉면을 논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혀에 침이 돌고, 술 생각이 간절한 것도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음식들 덕분이다. 여유의 시간을 가지면서 조 대표는 정신없이 살아온 자신을 되돌아보고, 민아는 그런 조 대표에게 마음이 끌린다. 그런 의미에서 <맛있는 인생>은 어른들의 성장 이야기라고나 할까.

그러나 영화는 두 남녀가 커플이 되는 멜로드라마 장르의 전형성과 거리를 둔다. ‘민아는 내 딸일지도 모른다’는 조 대표의 생각은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 조 대표와 민아 사이에 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가까워질 것 같으면서도 더이상 가까워지지 않는, 그렇다고 서로 떨어지지도 않는 두 남녀를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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