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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소재와 스크루볼코미디적인 매력 <불량남녀>
강병진 2010-11-03

빚보증을 섰다가 신용불량자가 된 형사 극현(임창정)은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채권추심원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극현에게 무한정 전화를 거는 무령(엄지원)은 휴머니즘과 집요함을 오가는 독촉 능력을 가진 베테랑 추심원이나, 그녀 역시 신용불량자들이 던지는 욕에 지치기는 마찬가지다. 소매치기가 훔쳐간 무령의 지갑 때문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인 줄 모르고 호감을 갖는다. 하지만 여전히 전화 속 목소리로 서로를 헐뜯던 그들은 곧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된다. 친절한 형사와 상냥한 아가씨였던 두 남녀는 이제 ‘똥파리 형사’와 ‘뱀보다 무서운 추심원’이다. 만나면 말싸움과 소동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그들은 점점 서로의 전화를 기다리게 된다.

다른 제목을 붙이자면, ‘진상남녀’가 아닐까? 신용불량자와 채권추심원의 로맨틱코미디인 <불량남녀>는 현실적인 소재와 스크루볼코미디적인 매력을 동시에 잡으려 한다. 직업상 피도 눈물도 없이 전화를 걸 수밖에 없는 추심원의 일상, 30분마다 독촉전화를 받아야만 하는 신용불량자의 짜증은 공감이 가능하다. 이들이 서로 사랑하게 된다는 아이러니한 설정도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불량남녀>의 신선함은 설정에서 그친다. 극현과 무령의 불꽃 튀는 만남은 성질과 짜증으로 반복될 뿐만 아니라, 리듬감없는 연출은 관객이 웃어야 할 대목을 놓치곤 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관계에서 입장의 변화는 무령에게 나타나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이미 빚보증의 상처를 겪은 그녀가, 게다가 채권추심원인 그녀가 빚보증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하지만 <불량남녀>는 연애 한번 못한 남자의 연애성공기로 막을 내린다. 지지부진한 전개에도 간혹 웃음기를 살리는 건 임창정이다. 지금까지의 임창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을 연기한 그는 감정적 클라이맥스와 웃음의 방점을 유일하게 짚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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