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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를 사이에 둔, 그의 아내와 정부의 이야기 <두여자>
장영엽 2010-11-17

<아내가 결혼했다>의 남자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두여자>는 한 남자를 사이에 둔, 그의 아내와 정부의 이야기다. 남편 지석(정준호)과 결함없는 결혼생활을 이어나가던 소영(신은경)은 우연히 남편의 작업실에서 낯선 여자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녀가 일하는 요가학원에 찾아간다. 교수인 지석의 지도 학생이자 불륜 상대인 수지(심이영)는 요가학원에 연수라는 가명으로 등록한 소영과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자신의 연애 고민을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소영은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수지에 대한 연민 사이에서 갈등한다.

<두여자>가 노리는 건 만나지 말아야 할 두 상대가 만났을 때, 정체를 오직 한 사람만이 알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심리적 서스펜스일 것이다. 신은경은 아내와 친한 언니 역할을 오가며 갈팡질팡하는 소영 역을 꽤 만족스럽게 소화해낸다. 수지와 떠난 여행에서 친한 언니로 가장한 뒤, 자신의 직장 전화번호를 누르고 “사랑하지도 않는 남편, 이제 그만 놔달라”며 전화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소영의 일터가 산부인과라는 설정에서는 <종합병원>의 신은경과 비교하는 즐거움도 있다.

그러나 배우의 저력에 의존하기엔 이미 영화가 범한 우가 너무 크다. 지석과 소영의 보금자리에서 세 사람이 조우하는 클라이맥스 장면부터 <두여자>는 황급히 추락하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촘촘히 봉합되지 않은 채 종료되고, 이미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들이 충격의 효과음과 함께 반전으로 등장해 보는 이를 공허하게 만든다. 이 영화를 보며 유일하게 놀라운 장면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세 남녀의 수위 높은 베드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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