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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샴쌍둥이 같은 린치의 단편과 회화들
장영엽 2010-11-18

<데이비드 린치 개인전: Darkened Room>

데이비드 린치, (2009)

2011년 1월2일까지 | 꼼데가르송 한남 six | 02-749-2525

취향이 궁금한 감독들의 리스트를 꼽는다면, 데이비드 린치의 이름은 두말할 나위 없이 상위권에 속해 있을 것이다. 특유의 기괴하고 환상적인 영상으로 유명한 린치는 회화, 사진 등의 작업도 병행하고 있어 ‘르네상스맨’으로 불린다. <프리티 에즈 어 픽처: 아트 오브 데이비드 린치>라는, 린치의 예술 작업을 조명한 다큐멘터리가 따로 있을 정도다. 그런 데이비드 린치의 취향과 예술관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린치의 단편영화 12편과 회화 7점을 전시하는 <Darkened Room전>이다. 데이비드 린치가 자신의 영화를 종종 ‘움직이는 회화’라고 불렀던 것처럼,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단편영화와 회화 작품은 마치 두 얼굴에 한몸을 지닌 샴쌍둥이 같다. 장르는 다르지만 데이비드 린치라는 거대한 세계의 정서는 바뀌지 않았다는 얘기다.

먼저 단편영화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건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의 초창기 작업이다. 특히 <식스 맨 게팅 식>(1967), <알파벳>(1968), <엠퓨티>(1974)는 린치의 잊을 수 없는 괴작이자 데뷔작 <이레이저 헤드>(1977) 이전에 만든 작품들이다. <식스 맨 게팅 식>은 제목 그대로 여섯명의 등장인물이 병들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단편이다. 물론 린치의 작품인 만큼 묘사가 무난할 리 없다. 등장인물의 장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가운데, 선명한 색깔의 알 수 없는 물질들이 그들의 위에 가득 채워지며 구토를 유발한다. <알파벳>은 어둠 속 침대에 누워 아이들이 알파벳 읽는 소리를 엿듣던 여자의 악몽이다. 알파벳은 여자의 머릿속을 유영하다 결국 여자로 하여금 순결한 백색의 침대에 피를 토하게 만든다. <엠퓨티>는 편지 쓰는 여자의 이야기다. 편지의 내용을 구상하는 여자를 주시하던 관객은 곧 그 여자의 다리가 절단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처럼 린치의 초창기 작품들은 등장인물에 대한 악취미와 병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이름을 얻은 거장이, 그 스타일을 어떻게 확립해왔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참고자료다.

린치의 회화 작품은 검은색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대다수다. 평소 어둠 속에서야말로 존재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생각을 피력해온 린치의 예술관이 그의 그림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듯하다. 암흑을 배경으로 무엇인가를 그려놓고 <웃는 남자> <말하는 남자> <침 뱉는 남자> 등의 제목을 붙였지만, 그것이 ‘남자’의 형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금방 눈치챌 수 있다.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는 작품들이다. 린치의 영화들이 그렇듯이. 데이비드 린치의 회화에서 그가 존경하는 예술가라는 프란시스 베이컨과 오스카 코코시카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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