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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녀의 풋풋한 만남을 가을의 설렘과 따스함으로 전달해주는 <우리 만난 적 있나요>
송경원 2010-11-24

사진작가 은교(박재정)는 회사에서 잘리고 여자친구마저 떠나버려 낙담하던 차에 안동에서 강사 자리가 나자 주저없이 안동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대학 동아리 후배였던 인우(윤소이)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은교는 인우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한번에 알아보지 못하고, 말한다. ‘우리 만난 적 있나요?’

동서고금 이만큼 진부한 작업 멘트로 없으련만 요즘도 여전히 주위에서 이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까닭은 아마도 정말로 그랬으면 하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우리 만난 적 있나요>는 가을, 사진, 첫사랑, 시골의 여유롭고 아름다운 풍경 등 로맨스에 자주 활용되는 진부한 소재들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비교적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감성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안동 지역 실제 이야기인 ‘원이 엄마’ 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 영화는 안동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풍광과 어울리는 두 남녀의 풋풋한 만남을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보여준다.

내내 은교를 기다렸던 인우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그가 서운하면서도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어 그저 만족스럽다. 초·중반 기시감이란 소재를 바탕으로 짝사랑하던 선배를 그리던 심장병 걸린 인우와 그런 그녀를 쉽게 알아보지 못하는 은교의 만남으로 진행되던 이야기는 이후 전생의 기억으로 연결되며 다시 한번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종종 이야기를 내레이션으로 마무리하는 안일한 방식과 급작스런 결말에 다소 맥이 빠지는 감이 없지 않지만, 안동의 은근한 정취를 배경으로 한 두 남녀의 아름다운 장면들은 이야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가을의 설렘과 따스함을 스크린 밖으로 직접 전달해주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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