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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그 ‘연인’을 만나고 싶다
문석 2010-12-13

영화 <연인> 촬영장 모습.

연말이라는 말이 함의하는 것 중 하나가 송년회다. 하루 걸러 한번씩 열리는 송년회에 의무감을 발휘해 얼굴이라도 비치려 하다 보니 몸이 축나는 게 느껴진다. 물론 개중에는 뜻깊고 마음 따뜻해지는 송년회도 있다. 12월8일 열린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송년회도 그런 자리였다. 일단 그렇게 많은 영화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처음 봤다. 노장부터 중견을 거쳐 신인감독까지 100명도 넘는 감독들이 가슴에 이름표를 붙인 채 피카디리 극장 뒤편 한 호프집 2층의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나누고 수다를 떨고 술잔을 부딪히는 모양새가 신기하기까지 했다. 누군가는 ‘감독들이 느끼는 위기감 탓’이라고, 누군가는 ‘요즘 감독들이 그만큼 할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지만 이유야 어쨌건 감독들의 연대를 위한 만남의 자리는 나빠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이들의 대화는 단지 덕담에서 끝나지 않았다. 푸념과 한숨 그리고 짜증과 분노까지 튀어나온 건 당연한 일이다. 흥행에 성공한 감독들은 그들대로, 흥행 실패를 경험한 감독들은 또 그들대로, 그리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현장에 임하지 못한 감독들은 그들 나름의 불만이 있었다. 개중 가장 갑갑해 보이는 이는 김대승 감독이었다. 그가 오래전에 만들었던 <연인>이 아직 개봉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초 촬영을 마친 이 영화는 애초 그해 안에 개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투자배급사인 SK텔레콤이 개봉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아직까지 완성 프린트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평소 김대승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고 2007년 <연인> 현장까지 취재했던 입장에서 이 사실을 안타깝게 생각해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조차 잊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세상에서 두 번째로 불행한 감독이 흥행에 실패한 감독이고 가장 불행한 감독은 영화를 개봉하지 못하는 감독”이라는 한 감독의 말처럼, 애써 만든 자신의 창작물을 세상에 선보이지 못한다는 것은 고통스런 일일 것이다. 이 고통을 너무나 잘 공감하고 있는 감독들이기에 이날 자리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하나가 감독들 개개인이 돈을 내거나 감독조합이 자금을 조달해서 특별 시사회를 개최하자는 것이다. 개봉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원하는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권리는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랑해, 말순씨>가 개봉에 난항을 겪던 당시 박흥식 감독이 9명의 감독을 불러 시사회를 열었던 전례도 있다고 말했다. 감독과 배우와 스탭들이 한때를 불살라가며 만들어낸 창작물이 공개되지 못하는 건 대중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연인>을 비롯해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여러 편의 영화들에 공개라는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건 동료 감독들의 몫만은 아닐 것이다. 미개봉 한국영화에 대한 대책을 2011년 영화계 전체의 해결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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