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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 오싹해, 연기인지 진짜인지 모르겠어

<첩첩산중>의 문성근을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질투는 나의 힘>의 문성근이 떠오른다. <옥희의 영화>의 문성근을 보다보면, 어느 순간 <오! 수정>의 문성근이 겹친다. 물론 이 기시감은 그 네편의 영화의 구조 속에서 그가 놓인 위치(한 여자를 두고 젊은 남자와 경쟁관계에 놓인 나이 많은 남자)가 거의 동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 강렬한 기시감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네편의 영화에서 나타나는 그의 연기 톤은, 정말이지 아무 변화가 없다. 또는, 각각의 영화에서 그가 동일한 연기 톤을 보여주는 어떤 순간은, 아주 강렬한 흔적을, 아주 길게 남긴다. 다시 한번 돌이켜보면, 그는 아주 동일한 톤을 반복하면서 영화마다 서로 다른 미세한 뉘앙스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그 미세한 차이는 네편의 영화가 매우 유사해 보이는 만큼이나 완전히 다른 영화라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렇다. 문성근은 그런 배우다. 그는 강한 개성을 갖춘 배우이지만 그 강한 개성을 갖고 감독 또는 영화와 싸우려고 드는 배우라기보다는, 그 영화와 감독에게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배우다. 뒤집어 말하자면, 자신이 갖고 있는 강한 개성의 동일한 연기 톤을 재료로 해서, 서로 다른 뉘앙스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는 영화와 감독을 ‘선택하는’ 배우다.

이미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문성근이 배우가 된 지도 벌써 20년이 훨씬 넘었고, 연극과 방송과 영화를 넘나들며 해낸 작품도 50편은 족히 넘을 것이다. 그 사이에 있었던 피치 못할(또는 적극적으로 선택한) 공백을 감안한다면, 정말 ‘운이 좋은’ 배우고, 또 그만큼 열심히 일해온 배우다. 때로는 배우로서 도중에 스스로 잘못 선택했다고 느꼈을 법한 작품도 있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그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무엇보다 그 ‘잘못된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것은 그 선택이 ‘배우’로서가 아니라 ‘자연인’(영화인 또는 사회인)으로서의 문성근의 선택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몇년 전에 완성되었지만 올해에야 개봉할 수 있었던 <작은연못>에서, 문성근은 자신의 오랜 연기 동료들과 함께 배우로서의 욕심을 버림으로써 영화를 살렸고, 이제 한동안 영화를 떠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첩첩산중>과 <옥희의 영화>에서 보여준 그의 ‘극사실주의’ 연기만큼은 가능한 한 빨리 보고 싶다. 그러니까, 가능한 한 빨리 세상이 변해야 한다.

올해의 장면

<옥희의 영화> <옥희의 영화>의 첫 번째 이야기(‘주문을 외울 날’)의 한 장면. 중국집 회식 자리에 참석한 남진구(이선균)는 술에 취해서 송 교수(문성근)에 대해 떠도는 불편한 소문을 계속 떠벌린다. 이 순간, 난감함과 짜증스러움이 뒤섞인 그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는 문성근의 연기는, 정말 ‘극사실주의’적이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그 ‘소문’의 진실성 여부를 끝까지 모호하게 만드는 것, 그것은 그 순간 그가 정확히 ‘해내야’ 하는 역할이었고, 그는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그 역할을 자연스럽게 해낸다. 정말, 징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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