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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문화와 음악과 미술을 넘나드는 무수한 주석의 목록 <카페 느와르>
김용언 2010-12-29

음악교사 영수(신하균)는 학부모 미연(문정희)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미연의 남편(이성민)이 외국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이별을 통보받는다. 영수를 사랑하는 동료 교사 미연(김혜나)은 그들의 사랑을 몰래 추적하며 질투에 사로잡힌다. 이별 뒤 절망에 빠진 영수는 밤거리를 헤매다가 치한에게 쫓기는 선화(정유미)를 구해준다. 선화는 1년 뒤를 기약하며 떠난 연인을 밤마다 기다리는 중이다.

알려진 대로 <카페 느와르>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중에서 가장 핵심 이미지는 죽음이다. 그러니까 ‘모든 것을 가졌으나 당신의 마음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어서 자살을 결심한 베르터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실제 죽음의 풍경이 뒤섞이며 홀로 죽음을 결단하는 남자의 고통, 그리고 모든 것을 잃었지만 뱃속의 생명 하나를 얻음으로써 스스로 용서와 구원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소녀의 결단이 대구를 이룬다. 이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혹은 믿을지는 보는 이의 몫으로 남긴다. <카페 느와르>는 영화와 문학과 음악과 미술을 넘나드는 무수한 주석의 목록이 가능한 영화이기도 하다. 정성일 감독이 이미 분명하게 밝힌 한국영화 <괴물>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극장전> <행복>, 장 뤽 고다르의 <주말>과 <국외자들>, 오즈 야스지로의 숏, 허우샤오시엔의 <빨간 풍선>,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친애하는 당신> 외에도, 보는 이에 따라서는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사양>, 장 외스타슈의 <엄마와 창녀>, 왕가위의 어떤 이미지들 등을 추가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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