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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거장에게 가는 길

부산국제영화제 마스터클래스 6권- 코스타 가브라스, 두기봉, 서극, 지아장커, 안나 카리나, 파올로 타비아니

스크린은 모름지기 눈으로 훑을 수는 있지만 손에 잡히진 않는다. 영화를 사랑할 때 우리가 갈망하는 것은 과연 보일까, 보이지 않을까? 혹여 영화에 투신하기로 마음이라도 먹으면 이 간극은 더 커질지 모른다. 간혹 대범하게 ‘오마주’란 망토를 쓰고 친애하는 영화에 다가가는 이들이 있지만, 애정표현에 한 가지 방법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제의 마스터클래스, 그러니 우리를 영화로 끌어당겼던 롤모델을 만나러 가는 일은 분명 적극적이고도 우회적인 고백법인 셈이다. 매혹되었던 필름의 본심을 알기 위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영화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 대답을 한다.

2008년과 2009년, 부산영화제를 찾았던 거장들이 국내의 영화 전문가들과 나눈 인터뷰와 강의 내용이 6권의 책에 담겼다. 배우 안나 카리나를 비롯해 다섯 감독을 담은 이 책들은 각 3파트로 구성돼 있다. 마스터클래스를 중계한 1부와 김영진, 남인영, 이상용, 정한석, 주성철, 허문영의 전문 해석을 담은 2부, 그리고 다시 이 평자들과 감독의 대담을 담은 3부가 주요 골자다. 좋아하던 감독을 자세히 알기 위해 읽는 것도 좋겠지만, 막연하게 영화에 다가갈 방법을 고심하던 이들에게도 꽤 유용해 보인다.

영화의 신비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코스타 가브라스는 디지털을 통해 신화를 창조하려면 일단 사회의 문화가 바로 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니 신화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젊은 세대의 일일 것이다. 어쩌면 이미 해답을 찾은 듯한 지아장커는 좀더 실질적인 경험담을 들려준다. 음악과 춤, 시를 거쳐 카메라와 만나기까지 그가 겪었던 일들을 듣자면, 날렵한 디지털 화면에 담긴 놀랍도록 풍부한 정서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한편 지아장커와 정반대의 위치에서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야기하는 파올로 타비아니의 고백 또한 흥미롭다. 타비아니 형제는 르네상스 회화의 정적 구도 속에서 예리한 지성의 감정을 뽑아내기로 유명한데, ‘영화를 하지 못하면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는 그의 직언은 꿈을 이루기 위해 가져야 할 기본 태도를 다시 생각게 한다.

전혀 다른 방식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대륙에서 영화를 찍기 시작한 두 거장 서극두기봉의 성공담은 다른 이들보다 더 구체적이다. 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TV드라마를 거쳐 영화로 우회했다. 제작의 현실적 여건과 재현 방식을 해결하는 것이 다음 세대의 숙제라고 두 거장은 공통적으로 밝힌다. 마지막으로 고다르의 페르소나인 안나 카리나의 회상이 덧붙는다. 남편이었던 고다르와의 유별난 기억은, 영화가 진실된 감정을 바탕으로 완성되는 예술임을 역설한다. “사랑에 빠지면 그렇게 되지요. 하지만 아무도 먼저 다가가지 않습니다. 어느 날 테이블 밑으로 툭툭 치는 느낌을 받았을 때, 아 그 사람이구나 직감할 수 있었어요.” 어떠한 강설보다도 효율적인 고백이다. 마스터클래스가 풍기는 파편적이고도 감동적인 숨결을 담은 이 책들은, 영화제의 기록이지만 동시에 영화에 대한 거장들의 연서이기도 하다. 프레임의 경계가 없는 자화상을 감상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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