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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무대 미학의 카타르시스
심은하 2011-01-13

뮤지컬 <아이다>

3월27일까지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 출연 옥주현, 김우형, 정선아, 문종원, 김호영 외 / 1544-1555

새해 벽두여서 그런가, 협력연출을 맡은 박칼린 감독 효과인가. 공연장에는 20~30대 여성이 주를 이루는 다른 뮤지컬과 달리 관객층이 다양했다.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뮤지컬 <아이다>의 현장 풍경이다. 2000년 브로드웨이에서 태어난 디즈니 뮤지컬 <아이다>는 동명의 베르디 오페라를 토대로 한다. 노예로 끌려온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세 사람의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를 축으로, 열강의 지배를 받는 식민지인의 설움과 저항까지 담아낸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화려함이다. 현대 박물관에서 문을 연 무대는 전시 모형 중 하나인 여왕 암네리스의 해설에 따라 고대 이집트 속으로 시간을 달린다. 검붉은 노을이 드리운 야자수, 그 아래로 요염한 자태로 항아리를 이고 가는 이집트 여인들, 주홍빛 돛을 단 노예선, 색색깔로 도식화된 암네리스의 옷장. 빛과 색의 향연은 끝도 없이 펼쳐졌다. 특히 암네리스가 <My Strongest Suit>를 부르며 옷을 고르는 장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의상과 조명은 마치 마술 같다. 한마디로 무대 미학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다만 휘황찬란한 빛과 색의 향연에 배우들의 감정이 묻혀 이리저리 유랑한다. 라다메스와 아이다, 암네리스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는 관객을 몰입시킬 정도로 흡입력이 강하진 않다.

엘튼 존이 작곡한 음악은 귀에 착 감기는 곡은 없지만 듣기 편하고 장면과 이야기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2막 후반부,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Elaborate Lives>를 부르면서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며 사막의 무덤에 갇히는 장면. 부둥켜안은 연인이 한점 어둠이 되어 사라지자 무대와 객석의 천장에는 별빛이 총총 떠올랐다. 관객은 그 낭만에 탄성을 쏟아낸다. 토니상 수상자들이 빚어낸 꿈의 무대에 경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