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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 사직구장 섭외? 긍정적 성격이라면 가능해
김성훈 2011-01-18

부산영상위원회 김종현 로케이션 PD

영화에 등장하는 공간은 두 가지로 나뉜다. 세트 촬영을 했거나 로케이션 촬영을 했거나. 한국영화 속 모든 로케이션 촬영은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고 찍은 장소다. 그게 지방자치단체일 수도, 식당 주인일 수도, 집주인일 수도 있다. 지역별 영상위원회가 없던 시절에는 이 모든 공간을 로케이션 헌팅을 담당하는 연출부와 제작부가 짝을 이뤄 전국을 뒤져가며 찾았다. 이에 비하면 지금은 세상 많이 좋아졌다. 지역별 영상위원회의 로케이션 매니저들이 로케이션 헌팅 업무를 지원해준다. 부산영상위원회에서 로케이션 헌팅 업무를 맡고 있는 김종현 로케이션 PD에게 전화를 걸어 로케이션 매니저에 대해 물었다. 김종현 PD는 부산영상위원회 입사 7년차로, 최근 <아저씨> <푸른 소금> <모비딕>을 비롯해 상업영화 55편, 드라마 14편의 로케이션 업무를 맡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황해>에서 트럭 위에 있던 컨테이너가 쓰러지는 장면은 부산항 앞에서 찍었다. 섭외하기가 까다로운 곳으로 알고 있다. =그곳은 동구 초량동의 왕복 11차선 도로로, 일일 교통량이 많아서 통제하기가 어렵다. <황해>의 그 장면은 전 차선에 걸쳐 트럭이 쓰러지는 신이라 촬영할 때 전면 통제했다. 부산시 동구 경찰서의 지원을 받아 밤 11시부터 다음날 해뜨기 직전까지 촬영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로케이션 매니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크게 프리 프로덕션과 프로덕션으로 나눌 수 있다. 부산에서 로케이션을 하는 영화팀이 부산영상위원회를 통해 로케이션 지원을 신청하면 담당자가 정해진다. 담당자는 영화팀에서 헌팅 업무를 맡은 연출부, 제작부와 함께 영화에 필요한 공간을 찾는다. 그렇게 장소가 결정되면 공문을 보내 해당 장소의 책임자에게 허가를 받는다. 물론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일이 마무리되는 건 아니다. 촬영에 들어가면 사전에 이야기했던 부분보다 오버되는 경우가 많다.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광안대교에서 촬영한다고 가정하자. 찍다보면 10시를 넘기는 경우가 흔한데, 우리가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문제가 되는 부분을 관할 공무원과 다시 논의해야 한다. 한마디로 로케이션 매니저는 영화팀이 원활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촬영 공간에 대한 모든 것을 케어한다고 보면 된다.

-일하는 과정에서 겪는 고충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가장 가슴이 아픈 건 담당 공무원이 잘 이해하지 못할 때다. 물론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분도 많다. 그러나 공무원은 일정 기간이 되면 다른 부서로 옮기고 새로운 사람으로 바뀐다. 촬영을 지원하는 업무 자체가 부산시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데, 아무리 설명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다.

-로케이션 매니저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1종 보통 운전면허가 필요하다. 다른 지역 영상위원회도 마찬가지겠지만 부산영상위원회는 부산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성격이 중요하다. 사람들과 많이 부딪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찾았던 로케이션 중 기억에 남는 공간을 꼽으라면. =<태풍>과 <사생결단>의 경우, 반년 이상 부산에 체류하면서 나보다 훨씬 부산을 많이 돌아다닌 팀이다. <태풍>에서 씬(장동건)이 핵 위성유도장치를 숨겨놓은 아지트는 부산시 남구 남천동 한 터널에 있는 옛날식 방공호에서 찍었다. 예전 군사훈련 시설이었는데, 우연히 찾게 됐다. <사생결단>에서 지게차로 건물 부수는 장면은 용호동의 폐공장에서 찍었다. 용호동은 예전에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살던 동네인데, 헌팅하다가 전망 좋은 폐가구 공장을 찾을 수 있었다.

-현재 어떤 영화의 로케이션을 맡고 있나. =롯데 자이언츠 선수가 주인공인 김상진 감독의 <투혼>과 정재영, 전도연이 캐스팅된 신인 허종호 감독의 <카운트다운>이다.

-가상의 롯데 자이언츠 선수가 주인공이면 사직구장도 로케이션에 포함되겠다. <해운대>에서 등장하긴 했지만 역시 섭외가 어려운 공간이다. =맞다. 사직구장은 시의 소유지만 롯데 자이언츠 구단이 위탁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구단쪽과 논의를 해야 한다. 영화에서 롯데 자이언츠 구단이 상당 부분 등장하기 때문에 현재 구단쪽과 PPL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야구 연습장, 주택가, 큰 길 등 많은 공간을 찾고 있다.

-새해다.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 =나이가 좀 있다보니 장가도 가야 하고…. (가까이서 찾을 생각은 없나?) 전혀 없다. (웃음)

사진제공 부산영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