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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천락과 유역비라는 존재 그 자체 <천녀유혼>
주성철 2011-05-11

연적하(고천락)는 퇴마사가 되기 위한 수행을 결심하고 흑산촌으로 떠난다. 그곳의 난약사에서 오래된 요괴들과 사투를 벌이던 중 천년 묵은 나무 요괴(혜영홍)의 영향으로 영혼이 자유롭지 못한 섭소천(유역비)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수년 뒤, 흑산촌의 물이 마르기 시작하고 관리인 영채신(여소군)은 흑산촌의 상류로 물을 찾아 떠나고 그곳에서 섭소천을 만난다.

오우삼의 <영웅본색>과 송해성의 <무적자>의 관계가 그런 것처럼 엽위신의 <천녀유혼>이 정소동의 <천녀유혼>과 승부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바꿔 말해 새로이 만들어지는 <천녀유혼>에서 장국영과 왕조현의 향수를 기대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팬들에게 상처로 남을 수 있다. 막말로 ‘장사 한두번 하나?’

엽위신의 <천녀유혼>은 기존 작품의 ‘프리퀄’처럼 접근하며 영리하게 원작과의 정면승부를 피했다. 연적하의 비중이 늘고 유역비에게 한 남자가 아닌 두 남자와의 관계라는 복합성을 부여하면서 좀더 새로운 틀을 짰고, 또 다른 퇴마사(번소황)까지 등장시켜 결과적으로는 CG에 바탕한 액션을 강화했다.

보다 젊어진 연적하와 섭소천의 과거 사랑을 보다 애절하게 담아내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지만 고천락과 유역비라는 존재 그 자체로 상쇄되는 부분이 있다. 영채신의 경우 굳이 장국영을 떠올리지만 않는다면 여소군도 꽤 귀엽게 봐줄 만하다. 어쨌건 영화를 보는 내내 장국영의 그림자를 지우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게 엔딩 타이틀이 오르며 ‘장국영을 영원히 기억하며’라는 자막과 함께 그의 원곡이 흘러나올 때 가슴이 먹먹해질 수밖에 없다. 부디 상영관들이여,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불을 훤히 밝히지 말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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