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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한 순간… 다음은 당신 차례
김도훈 2011-06-02

김태경 감독의 <미확인 동영상>

감독: 김태경 /출연: 박보영, 주원, 강별 /제작: (주)AD406, (주)다세포클럽 /제공·배급: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개봉: 8월

1. 시놉시스

저주에 걸린 동영상이 세상을 떠돈다. 피로 붉게 물든 봉제인형을 들고 있는 소녀의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며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간다.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세희(박보영) 역시 타의로 저주에 말려들고 만다. 인터넷 댓글 달기가 취미인 동생 정미(강별)는 사이버 수사대에서 일하는 세희의 남자친구 준혁(주원)을 통해 저주 동영상을 손에 넣는다. 마치 귀신에 홀린 듯 동영상에 집착하던 정미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리고, 세희는 실종의 단서를 찾기 위해 마침내 저주의 동영상을 클릭한다.

2. 모티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확인 동영상>은 ‘동영상’의 공포에 대한 이야기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CCTV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는 시대다. 개똥녀와 쩍벌남 동영상은 피해자들의 신원을 그대로 인터넷에 노출하고, 잔인한 살인장면 역시 여과없이 저녁 뉴스를 통해 보여진다. 김태경 감독은 <미확인 동영상>이 “딱 요즘 시대에 어울리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일상에서 동영상과 접목되는 공포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때마침 CCTV나 인터넷 동영상 유포에 관련된 사건들이 쏟아져나왔고,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단순히 사람들에 의해 퍼져나가는 일반적인 동영상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건 미리 알아두자. <미확인 동영상>은 스스로 영상과 파일명을 바꾸어가며 증식하는 동영상에 대한 영화다.

3. 액터 앤드 액트리스

<미확인 동영상>은 한동안 ‘국민 여동생’의 지위를 누렸던 박보영의 충무로 귀환작이다. 박보영은 관객 800여만명을 동원한 <과속스캔들>(2008)의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분쟁으로 오랫동안 활동을 하지 못했다. <미확인 동영상>은 20대 주연급 여배우의 기근에 허덕이는 충무로에서 박보영이 얼마나 제 몫을 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줄 일종의 시험대에 가깝다. 김태경 감독은 박보영이 “장르의 한계가 없는 배우”라고 말한다. “지금 또래 배우들 중에서 가장 출중한 연기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미디와 멜로와 호러를 넘나들 수 있는 연기력 말이다. 깜깜한 폐가에서 1분가량의 롱테이크를 찍었는데, 바깥에서 소리만 들었다. 박보영이 오열을 하는데 그 소리를 듣는 스크립터와 나까지 함께 울었다. 어린 친구가 무슨 한이 저리 많아서…. (웃음)”

4. 비주얼

<미확인 동영상>은 <파라노말 액티비티> 같은 페이크 다큐(좀더 자세히는 '파운드 푸티지')는 아니다. 하지만 동영상을 통해 전달되는 공포를 다루는 영화인 만큼 조악한 동영상이 전해주는 현실적이고 즉물적인 공포를 얼마나 잘 살려내는가가 관건이다. 김태경 감독은 “페이크 다큐 장르의 실재적인 느낌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한다. “그처럼 현실적인 공포를 제대로 관객에게 전해줄 수 있는 코드를 고민했다. 또,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오고 있지 않나. 아이폰영화제도 열리는 시대고, 동영상 촬영 기재들도 많아졌다. <미확인 동영상>에서는 다양한 촬영장비와 기법을 이용한 형식들을 맛보기로 볼 수 있을 거다.” 한 가지 팁을 더하자면 주인공 박보영이 스마트폰의 적외선 카메라 기능을 이용해 깜깜한 공간에서 직접 촬영을 한 장면도 있단다. 페이크 다큐의 중요한 호러장치를 차용한 그 장면은 아마도 결정적인 클라이맥스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그런데 스마트폰에 적외선 기능이 어딨냐고? 당장 앱스토어에 가서 검색해보시라. 기술은 우리 생각보다 더 빨리 진화한다). 또한 김태경 감독은 할리우드 스릴러 스타일에 가깝게 연출했다고 설명한다. “기존 한국 호러영화들이 정적인 화면에 컷 수도 적었다면 <미확인 동영상>은 컷 수도 훨씬 많고 액티브하다.

5. 모델

동영상을 통해 전해지는 저주라면 우리 모두 한편의 영화를 자동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 나카다 히데오의 <링> 말이다. 김태경 감독은 “<링>에 대한 노이로제 같은 게 있다”고 고백한다. “사람들은 대표적인 이미지를 두고 비교분석하는 걸 좋아하잖나. 그런 면에서 <링>과 비교된다는 건 감독으로서 부담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다코는 매력적이다. 그걸 능가하는 절대적인 뭔가를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 <미확인 동영상>의 귀신이 단순히 한맺힌 개인이 아니라 공통된 사회적 문제를 대변하는 존재라고 관객에게 인식시킬 수 있다면 훨씬 더 무서운 귀신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6. 감독의 한마디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호러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나로서는 <>과 <므이> 이후 세 번째로 연출하는 호러영화다. 한 장르를 세편 찍으면 뭔가 좀 달라져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 있다. 열편쯤 찍고 나면 이 장르의 거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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