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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로 다시 태어났지만 이야기의 힘은 부족하다 <개구쟁이 스머프>
김용언 2011-08-10

1958년 벨기에 만화가 페요의 손끝에서 탄생한 19.5cm짜리 생명체 스머프들은 반세기가 넘도록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 인기리에 방영된 TV애니메이션을 통해 스누피, 곰돌이 푸와 더불어 가장 귀엽고 발랄한 2D 캐릭터로 기억되고 있다. 스머프 공동체와 사회주의와의 공통점을 찾아낸 재미있는 학설 때문에도 21세기까지 꾸준히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올여름, 스머프가 최첨단 CG로 중무장한 3D 캐릭터로 재탄생하여 실사와 함께 결합된 버전 <개구쟁이 스머프>로 돌아왔다.

스머프 축제를 앞두고 한창 바쁜 스머프 마을에 사악한 마법사 가가멜(행크 아자리아)과 고양이 아즈라엘이 들이닥친다. 우왕좌왕 흩어진 스머프들은 언제나처럼 엄벙 덤벙한 주책이 스머프 때문에 마법의 문에 빨려들어간다. 인자한 파파 스머프, 미모로 승부하는 스머페트, 최고의 두뇌라 자평하는 똘똘이 스머프, 세상만사 귀찮은 투덜이 스머프, 움직였다 하면 사고를 치는 주책이 스머프, 그리고 영화 속 오리지널 캐릭터로 새롭게 등장한 용감무쌍 배짱이 스머프까지 6명은 현대 뉴욕 한복판에 뚝 떨어진다. 패트릭(닐 패트릭 해리스)과 그레이스(제이마 메이스) 부부의 도움을 받아 이들은 스머프 마을로 돌아갈 방법을 강구한다.

핵심은 역시 스머프다. 안타깝게도 3D 스머프 캐릭터들은 예전처럼 귀엽지도, 그렇다고 새로운 매력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한다. 대체 스머프가 왜 굳이 실사와 결합되어 버섯마을이 아닌 뉴욕 한복판에서 소동을 벌이는가를 자꾸 되묻게 된다. 특히 영화에 새롭게 등장한 배짱이 스머프가 가장 호감가지 않는 캐릭터라는 것도 결정적이다. 털이 보송송한(!) 스머프와 뉴욕의 화려한 광고판들(지나치게 노골적으로 광고되는 블루맨 그룹, m&m’s 초콜릿 등)이 무리없이 섞여든다는 것만으로 3D 테크놀로지를 상찬할 순 없다. 거대한 제작비를 감수하며 이같은 소동을 벌이기엔 이야기의 규모와 전개가 약하고 단순하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거듭나는 쪽을 선택하지 않고, 스토리상 전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 실사영화를 결합시키면서 외형적 규모를 키우려고 한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 가가멜의 트레이드마크를 복제하기 위해 삭발까지 감수하며 몸바쳐 슬랩스틱 연기를 펼친 행크 아자리아와, 똑같은 치즈색 고양이 4마리가 열연한 고양이 아즈라엘만이 만화 속 유머를 환기시키는 재미를 때때로 안겨준다. 그러나 <개구쟁이 스머프>를 보는 내내 과거 TV 속 스머프들과 더불어 성우 최홀(파파 스머프), 장유진(똘똘이 스머프) 등의 목소리가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평단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80년대 TV애니메이션의 향수가 불러일으킨 힘 때문일까, <개구쟁이 스머프>는 미국 개봉 당시 <카우보이 & 에이리언>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추억 마케팅의 힘은 여전히 견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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