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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강호동이 혹등고래면 난 붉은긴코땃쥐

다큐멘터리 <원라이프> 내레이션 맡은 개그맨 이수근

<BBC>가 7대륙을 돌아다니며 4년에 거쳐 완성한 다큐멘터리 <원라이프>는 야생에서 삶의 조각들을 발견한다. 그들이 집요하게 관찰한 동식물들은 저마다의 생존방식으로 때로는 가족애를, 때로는 삶의 지혜를 보여준다. 그들도 ‘삶’의 주체인 하나의 생명체인 것이다. 자연의 웅장함과 동식물들의 희로애락을 재밌게 풀어줄 내레이터로 아역배우 김유정과 개그맨 이수근이 선정됐다. 이수근은 야생의 놀랍고 아름다운 순간들에 재치있는 입담을 불어넣었다며 웃었다.

-<슈렉 포에버>에서 럼펠 역을 맡아 처음 더빙에 도전했었는데, 이번엔 다큐멘터리 <원라이프>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많이 다를 것 같은데 어땠나. =많이 다르더라. 처음엔 <원라이프>에 나오는 모든 동물의 개성에 맞게 목소리 연기를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걸 다 다르게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막상 더빙을 시작하니 편안하게 내 목소리로 얘기하면 되더라.

-어떤 부분을 제일 신경 썼나. =아무래도 발음이다. 평소에 써보지 않았던 단어들이라서. 등장하는 동물 중에 붉은색긴코땃쥐가 있는데 목이 잠기는 새벽에 어려운 이름을 발음하려니 쉽지 않았다. 또 <원라이프>가 스케일이 크고 감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괜히 내 목소리가 영화를 방해하지 않을까 신경을 많이 썼다.

-야생동물이나 생태 다큐멘터리 혹은 <BBC>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있었나. =관심이 많았다. 굳이 <BBC> 다큐멘터리가 아니더라도 <동물의 왕국> 같은 걸 정말 좋아했다. 이를테면 뱀과 사자들이 사는 야생에서 일어나는 생존을 위한 사투, 먹이사슬 같은 것들.

-<원라이프>에 모성애나 부성애가 강조되는 면이 많이 있더라. 개그맨이면서 두 아이의 아빠인데 내레이션을 하면서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유정이가 대왕문어가 죽는 장면을 녹음하면서 울더라. 나 역시 감동적인 부분이 있었다. 마지막쯤 내레이션으로 내용을 정리할 때 부모님을 떠올리며 부모의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1박2일>도 야생 버라이어티 아닌가. 그래서 내레이션을 맡을 사람으로 적격자였던 것 같다. =<원라이프>가 야생 리얼 다큐멘터리라면 <1박2일>은 야생 버라이어티다. ‘야생’이라는 부분이 접목돼서 내가 선택되지 않았나 싶다. (웃음) <1박2일>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가능했던 일이다.

-영화에 많은 동물이 등장하는데 강호동을 ‘혹등고래’라 비유했더라. 본인은 어떤 동물을 닮았다고 생각하나. =강호동 하면 남자의 상징 아닌가. 혹등고래가 사랑하는 연인을 얻기 위해서 그 많고 큰 고래들을 물리치는 모습이 강호동과 닮았다. 나는 붉은긴코땃쥐가 아닐까 싶다. 잘 도망가고, 잡히지 않고, 빠르고, 잔머리 잘 쓰는.

-영국판 내레이션은 <007 카지노 로얄>에서 제임스 본드로 분했던 대니얼 크레이그가 맡았다. 라이벌이라면 라이벌인데 본인이 더 잘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영국 <BBC>에서 한 더빙은 대상층을 생각 안 했던 것 같다. 편안하게 그 배우의 목소리로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주력한 것이 그쪽의 장점이라면 국내의 <원라이프>는 유정이와 내가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춘 점이 아닐까 싶다.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돌고래가 사냥하는 장면이다. 흙탕물로 막을 만들어서 물고기가 튀어오를 때 사냥하는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단하단 생각이 들더라. 어쩌면 인간이 동물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사냥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원라이프>는 어떤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나. =<BBC>에서 노력을 많이 한 것 같다. 짧은 단락으로 여러 동식물을 보여주는데 그 짧은 시간에 동식물에 대한 모든 것을 표현하고 있다. 기존의 다큐멘터리에선 볼 수 없었던 촬영기법이 동원되어서 신기한 장면도 많더라. 사소한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은 것 같다. 자연의 웅장함과 동물과 식물들의 에너지가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보니 더 다가오더라. 특히 큰 화면으로 폭포를 보니 시원하더라. 극장 에어컨이 시원한 이유도 있지만. (웃음) 가장 중요한 점은 단순한 재미가 아닌 감동이 있다는 것이다. <원라이프>는 동물과 인간과 자연은 함께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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