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펭귄들의 연기와 맨해튼이라는 양념이 조화로운 <파퍼씨네 펭귄들>
신두영 2011-09-07

짐 캐리가 펭귄과 함께 코미디영화로 귀환했다. 부부작가인 리처드 앳워터와 플로렌스 앳워터가 1938년에 출간한 소설 <파퍼씨와 12마리 펭귄들>을 원작으로 하는 <파퍼씨네 펭귄들>은 온전히 짐 캐리의 코미디 연기에 의존하는 영화다. 인간 배우만 고려한다면 말이다. 짐 캐리와 함께 <파퍼씨네 펭귄들>을 이끄는 여섯 마리 젠투 펭귄은 짐 캐리 못지않은 연기력을 선보인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 지리학자 아버지와 아마추어 무전기를 통해 대화하며 외롭게 지내던 소년 톰 파퍼(짐 캐리)는 뉴욕의 잘나가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된다. 아내 아만다(칼라 구기노)와는 이혼했고 아들(멕스웰 페리 코튼)과 딸(매들리 캐럴)은 2주에 한번씩 만난다. 일밖에 모르고 항상 가족은 뒷전인 워커홀릭 파퍼에게 어느 날 아버지가 남긴 펭귄이 남극에서 배달된다. 이때부터 파퍼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파퍼씨네 펭귄들>은 펭귄을 매개로 아들딸과 살갑게 지내게 되고 아내와도 다시 애틋해지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파퍼의 개과천선기다. 예측 가능한 스토리는 이 영화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집중해서 볼 요소는 짐 캐리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펭귄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이다. 전화를 받을 때 항상 가운데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대는 모습이나 자신의 회사 파트너에게 쉴새 없이 주접을 떠는 모습, “잠깐만” 하고 외치며 기자회견장에 자체 슬로모션으로 들어서는 짐 캐리의 연기는 한 순간도 눈을 떼기 힘들다. 펭귄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외모, 성실성, 친화력까지 다양한 항목의 심사를 거친 끝에 선발된 실제 펭귄들은 각자 독특한 캐릭터가 있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꽥꽥이(Loudy), 툭하면 다리를 무는 깨물이(Bitey), 인사 대신 방귀를 뀌는 뿡뿡이(Stinky), 조금은 모자라 항상 말썽을 일으키는 띨띨이(Nimrod), 애정이 충만한 매력덩어리 사랑이(Lovey), 그리고 듬직한 대장(Captain)까지 펭귄들은 단순한 감초 역할이 아닌 비중있는 조연이다. 특히 이들이 모여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집중해서 보는 모습은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다.

그 밖에 <파퍼씨네 펭귄들>은 소설을 각색하며 배경으로 선택한 맨해튼의 풍광을 영화에 잘 녹여냈다. 브로드웨이 교차로에 있는 플랫아이언 빌딩과 펭귄들이 슬라이드를 타는 구겐하임 미술관의 나선형 통로, 파퍼가 매각하려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센트럴파크의 레스토랑 태번 온 더 그린 등이 적재적소에 배치됐다. 또 파퍼의 비서 피피가 남발하는 P발음도 <파퍼씨네 펭귄들>의 빼놓을 수 없는 코믹 요소다.

짐 캐리와 펭귄들의 훌륭한 협연과 맨해튼이라는 양념이 가미된 <파퍼씨네 펭귄들>은 뻔한 이야기 구조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짐 캐리식 코미디영화로서 추석용 가족영화로 손색이 없다. 짐 캐리가 동물들과 호흡을 맞춘 <에이스 벤츄라>처럼 골 때리는 코미디는 아닐지라도 충분히 웃으며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