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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과 연애가 얽힌 가벼운 소동극 <릴라, 릴라>
이화정 2011-09-21

강연에 모인 엄청난 관중을 뒤로한 채 도망치려는 작가가 있다면? 짐작하건대 그가 엄청난 창작의 고뇌에 시달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속내는 다르다. 독일 문학의 총아인 이 젊은 작가는 사실 작가를 사칭한 웨이터에 불과했다. 사정은 이렇다. 웨이터 다비드(다니엘 브륄)는 좋아하는 여자 마리(한나 헤르츠스프룽)한테 말도 제대로 못 걸 정도로 소심한 남자다. 어느 날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협탁에서 원고 뭉치를 발견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진다. 마리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그걸 자신이 쓴 소설이라고 거짓말을 했고, 마리가 그걸 출판사에 보냈고, 소설은 곧 베스트셀러가 됐다. 두 번째 소설을 내라는 압박, 그리고 자신의 거짓을 아는 남자가 출현하면서 다비드의 혼란은 시작된다.

<릴라, 릴라>는 스위스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다비드가 자신이 진퇴양난에 빠지기까지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그 와중에 다비드의 연애도 진척된다. 물론 베스트셀러가 된 <릴라, 릴라>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게다가 발각되지 않기 위해 다비드가 지어내는 이야기도 계속된다. 사뭇 심각한 상황이지만 이 영화를 죽은 남자친구의 원고를 제 것인 양 출판한 <모번 켈러의 여행>과 비교하긴 힘들다. 애초 이 영화는 다비드의 혼란스러운 정체를 파고들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 좀 가벼운 소동극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노선이 좀 불분명해 보인다. 이를테면 다비드의 혼란을 조명할 것이냐, 다비드의 연애에 더 집중할 것이냐의 문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 다니엘 브륄이 나오는 건 반갑지만 그의 출연작이자 독일영화의 새로운 기운을 보여준 코믹소동극 <굿바이, 레닌>의 재기엔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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