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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 겨자 맛을 알아?
최성열 2011-10-21

맛집을 찾아다닌다거나 맛있는 음식에 행복감을 느끼는 미식가는 절대 아니다. 정말 음식은 먹고 움직이는데 필요한 에너지로 치부하는 나다. 그런데 한 가지 조금 특별하다면 특별한 취향이 있다. 나만 이런 건 분명 아닐 거다.

여름은 조금 지났지만 냉면 요거 먹는 취미 하나는 확실히 독특하다. 그래서 아무도 나의 냉면에 손을 대지 않는다. 심지어 한 젓가락 권해도 말이다. ㅎㅎ

냉면을 좋아하나 싶겠지만 그건 아니다. 그럼 뭐냐고! 내가 좋아하는 건 냉면에 그득 뿌리는 겨자 요놈이다. 다른 음식들을 먹을 때도 그렇지만 겨자는 역시 냉면을 먹을 때 뿌려줘야 제맛이다. 코를 뚫고 들어오는 이맛, 이 느낌 조금 진한 겨자라면 눈까지 시원하게 열어 젖힌다. 여기서 한 가지 팁. 눈물은 좀 나지만 안 나는척 참아야 진짜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요 겨자와의 연은 2005~2006년쯤 시작되었나 보다. 영화 <천군>의 중국 현장에서부터 시작된 듯하다. 중국의 한 식당 음식들이 끊임없이 상 위에 올라왔다. 아! 요런 게 ‘만한정석’이구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더 난감했던 것은 정말 입을 댈 수 없는 음식들만 끊임없이 올라오는 것이다. 그런데 올라온 찬 중에 입에 대기 쉽지 않아 보이는 무절임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무 초절임이냐고? 아니다. 겨자에 아주 푹 절인 무였다. 그 무절임을 모두 눈여겨봤는지 일행 중 한명이 집어들었다. 그리곤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으악, 도대체 이게 무슨 맛이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테이블에 있던 남자들이 호기심인지 호기인지 모두 무절임 하나씩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한 사람씩 차례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뭐 이후 상황은 다들 상상한 대로 ‘으악’이었다. 속으론 저걸 왜 먹나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에 일어났다. 갑자기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무절임을 집어들지 않은 한 남자, 바로 나다. 흑흑

말은 안 했지만… 했구나… 넌 왜 안 먹어, 였다. 결국 떨리는 손으로 (난 비위가 좋지 않다. 그것도 매우!) 겨자에 푹 절인, 그것도 맨 아래에 있는 진국이라는 마지막 무절임 하나를 집어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래, 그렇게 시작된 거다. 요놈 겨자와의 인연은….

그 눈물나게 뻥 뚫리는 맛. 맛이라기보다는 기분. 가슴이 답답할 때, 일이 잘 안 풀릴 때, 한번 잡숴봐. 머릿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겨자, 요놈. 참 매력있는 놈이다. 겨자 많이 넣는다고 쇠고랑 차거나 경찰 출동 안합니다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