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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나와줘~
씨네21 취재팀 2011-10-20

평론가들에게 물었다- 복간 혹은 번역 혹은 상상의 책은?

우리는 영화책에 관한 기사를 준비하던 중 궁금증이 들었다. 영화평론가들은 지금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할까. 그래서 세 가지 항목으로 물었다. 1. 복간되어야 할 영화책은 무엇입니까? 2. 번역되어야 할 영화책은 무엇입니까? 3. 지금은 없지만 언젠가 출간되면 좋을 상상의 영화책은 무엇입니까? 셋 중 한 항목을 선택하셔서 한권의 책을 추천해주시고 짧은 선정 이유도 부탁드립니다. 필자에 따라 세 항목 모두에 답하거나 한권 이상 추천한 분들이 계신다.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실었다. 아마도 추천자들은 그들의 영화책 베스트를 적었다기보다는 함께 읽으면 좋을 목록을 우리에게 전달했을 것이다. 그들의 추천 명단을 보자.(이하 가나다순)

김봉석

-번역되어야 할 영화책 =<映畵はおそろしい>(영화는 무섭다) 구로사와 기요시: 구로사와 기요시가 쓴 공포영화론 =<See No Evil: Banned Films and Video Controversy>, 데이비드 케레케스, 데이비드 슬레이터(David Kerekes & David Slater)

김영진

-복간되어야 할 영화책 =<베트남에서 레이건까지> 로빈 우드 지음 / 시각과 언어 펴냄: 이론과 비평이 가장 잘 조화된 비평서가 아닐까. 뉴아메리칸 시네마에 대한 각론으로도 유용하고 현학적이지 않은 비평글 쓰기의 모범으로 꼽을 만하다.

-번역되어야 할 영화책 =조너선 로젠봄의 책들. 현대 비평지형에서 가장 영향력있고 통찰력있는 평론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으므로. 특히 <Essential Cinema>를 번역본으로 읽고 싶다.

김지미

-번역되어야 할 영화책 =<The Acoustic Mirror: The Female Voice in Psychoanalysis and Cinema> 카자 실버먼(Kaja Silverman): 영화 속 소리들을 페미니즘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한 이 책은 이제 거의 고전에 가깝다. 특히 모성적 목소리의 권위를 재위치시킴으로써 상징계의 영역에서 소외되었던 여성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복권시키고 모녀관계에 내재된 전복적 힘을 고찰한다. 페미니즘 영화이론들이 스크린 위의 억압을 밝히느라 그 안의 여성 주체들을 희생양으로만 각인시키는 과정에서 범하는 이중 억압의 오류를 벗어나 대안을 제시하는 연구서.

김태훈

-번역되어야 할 영화책 =<The Mass Ornament>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Siegfried Kracauer): 거듭된 망설임과 고민 끝에 선택한 책은 결국 고전이었다. 크라카우어의 명저들이 번역되지 못한 아쉬움도 컸지만 고전 읽기의 깊이와 맛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본격적인 영화지침서가 아닌 에세이집이다. 크라카우어를 선택했다면 당연히 <영화의 이론>이나 <칼리가리에서 히틀러까지>를 꼽아야겠지만 굳이 이 책을 택한 이유는 난해한 그의 사유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에세이들이 대거 포진해 있고 언급한 두 책을 비롯한 그의 다른 저서들에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다은

-출간되기를 바라는 상상의 영화책 =하스미 시게히코의 <감독 홍상수>: 물론 홍상수는 오즈 야스지로가 아니다. 하지만 먼 훗날 감히 내가 쓰고 싶은 책이 있다면, 이런 것. “영화 그 자체의 불가능과 대면하는” 오즈의 세계에서 “부단의 현재를 사는 생산적인 기호”, “결여에 의해 정의할 수 없는 과잉된 무엇”을 체험하고 배우고 사랑한 하스미 시게히코의 방식. 그 생생한 긍정. 그때 홍상수의 세계가 오즈의 세계와 공명하는 신기한 어떤 순간을 나는 느낀다. 하스미 시게히코의 홍상수론이 출간된다면, 미래의 내 것을 빼앗긴 듯한 질투심은, 둘의 만남을 목격하는 설렘과 기쁨에 눌려 금세 하찮아질 것이다.

송경원

-번역되어야 할 영화책 =<Negative Space: Manny Farber On The Movies> 마니 파버(Manny Farber): <흰 코끼리 예술 VS 흰 개미 예술>로 유명한 미국의 영화평론가 마니 파버의 평론집. 1971년 출간되었던 이 책은 1998년 재발간되어 그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다. 화가이기도 했던 매니 파버는 직관과 영감이 깃든 글쓰기로 영화평론을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았으며, 예술(영화평론)로 예술(영화)을 표현했다. 딱딱하고 과학적인 분석에 치우치며 대중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영화평론의 아름다움을 회복시킬 중요한 텍스트다.

송효정

-복간되어야 할 영화책 =<전위 영화의 세계> 아모스 보겔 지음, 권중운 옮김, 한국실험영화연구소 공역 / 예전사: 전위, 불온, 전복이라는 수사는 이젠 십수년 전 문화의 잉여물처럼 보인다. 책은 유행이 사라지듯 절판돼버렸으나, 전위 영화의 형식·내용·주제로 구성된 이 책은 상상력의 꼭지를 꽤 강하게 잡아당겼다. 밤을 새워가며 ‘구할 수 없는 영화’들의 목록을 노트 빼곡이 적어내리게 했던, 볼 수 없기에 감히 상상하기를 자극했던 책. 이제는 뮤지엄에서 상영되는 고전실험영화서부터 수위 높은 포르노그래피까지, 가장 지적인 작업서부터 가장 어처구니없는 수준까지 가능한 모든 형식과 미학을 다루는 이 책은 영상에 대한 기이하고 생산적인 욕망을 자극한다.

-번역되어야 할 영화책 =<The Mass Ornament>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아도르노, 베냐민, 블로흐의 책들이 그토록 다양하게 번역되었음에도 크라카우어의 책 한권 번역된 적이 없다는 것이 참으로 수상쩍다. <영화의 이론>은 현재 번역이 진행 중이라 들었고, 제목만 인용돼왔던 <칼리가리에서 히틀러까지>도 어디서 열심히 번역하고 있으리라 강하게 의심되는 가운데 가장 번역을 바라는 책은 크라카우어의 <대중들의 장식>이다. 바이마르 시절 도시문화, 즉 서커스, 사진, 영화, 광고, 유흥과 관광, 도시풍경, 댄스 등 대중문화의 현란한 장식과 문양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시대의 근원적 실체와 피상적 표상들이 서로 조응하는 양상이 격조 높은 에세이로 엮여 있다.

-출간되기를 바라는 상상의 영화책 =<스파이와 메트로폴리스: 히치콕과 친구들>: 재미있겠다 싶어 한 학기 강의를 시도해본 뒤 막연히 책으로 엮고 싶다 생각해왔던 아이디어다. 히치콕 스파이물에 등장하는 세계의 도시를 기행하며 1, 2차 세계대전에서 냉전을 아우르는 서구사회 지정학에 대해 살펴본다는 것. 히치콕의 스파이물을 중심으로 한 뒤 스파이물의 21세기적 변용을 살펴보는 것으로 전반부를, 냉전시대 동아시아 방첩-스파이물이나 한국의 최근 간첩영화를 살펴보는 것을 후반부로 해보자. 정치와 진리, 정체성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 결합된 스파이물의 맥락, 그리고 동아시아 환경 속에서 한국영화에 나타난 식민-냉전의 경험을 살펴보면 어떨까.

이용철

-복간되어야 할 영화책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 토마스 샤츠 지음, 허문영, 한창호 옮김 / 한나래: 장르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한 책은 많다. 한국에서 출간된 것만도 몇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학자도 아닌 내가 공부하면서까지 장르를 읽고 싶지는 않다.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는, 내가 장르를 사랑하도록 이끈 책이다, 내가 할리우드의 고전을 찾아서 보도록 도와준 책이다, 내가 함부로 고전에 대해 떠들지 못하도록 일깨운 책이다. 기자 시절의 한창호, 허문영 선생이 남긴 정성스런 번역은 이 책을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다. 영화책 가운데 적잖은 수의 책이 형편없이 번역되지 않았던가. 얼마 전 지인에게 이 책을 선물하려고 검색하다 절판되었음을 알게 됐다. 읽기 쉽고 즐거운 영화책 한권이 사라져버린 거다(현재 미국에서도 이 책은 절판됐다).

-번역되어야 할 영화책 =<My Last Sigh> 루이스 브뉘엘: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루이스 브뉘엘은 “신문을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 궁금해 10년마다 한번쯤 무덤에서 나와 몇 가지 신문을 사겠다. 그리고 신문을 팔에 끼고 유령처럼 떠돌면서 세상의 재앙을 모두 읽은 다음 나의 안전한 무덤으로 돌아가 잠들겠다”라고 썼다. 마지막 순간에도 농담을 남기고 싶었던, 그리고 실제로 농담을 남길 힘이 있을지 질문하는 그였다. <나의 마지막 한숨>을 일컬어 혹자는 ‘감독이 남긴 가장 사랑스러운 유언’이라고 했고, 다른 이는 ‘아름다운 몽상가의 자화상’이라 불렀다. 진실로 흠모하는 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을, 나는 정말 한글판으로 읽고 싶다. 오죽했으면 내가 번역할 마음까지 먹었을까.

이지현

-번역되어야 할 영화책 =<Luis Bunuel, architecte du reve> 모리스 드루지(Maurice Drouzy): 누군가가 들뢰즈의 저작을 어렵다고 한다면, 이는 그 내용이 어렵다기보다 그 속에 인용된 원서를 접하지 못하였기 때문인지 모른다. 루이스 브뉘엘을 소개하기 위해 들뢰즈는 <루이스 브뉘엘, 꿈의 설계사>란 드루지의 책을 언급하는데, 이 책은 ‘기술과 미학’의 차이에 대한 언급을 시작으로 브뉘엘의 작품 8편을 정교하게 분석한다. 정교한 분석은 후속되는 이론을 낳는다. 칼 드레이어를 소개하는 드루지의 저작 역시 번역되길 바란다.

장병원

-번역되어야 할 영화책 =<Puzzle Films> 워런 벅랜드(Warren Buckland): 옥스퍼드 브룩스대학의 영화학 교수 워런 벅랜드가 편저한 <퍼즐 필름스>는 날로 복합화되는 동시대 삶의 양상과 이를 실어나르는 영화 내러티브의 변모를 10편의 작품을 통해 일별한다. 스토리텔링 연구의 최신 이슈를 끌고 들어오는 11명의 필진들이 취택한 분석의 대상도 다양하다. 퍼즐 구조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메멘토>에서부터 <식스 센스> <이터널 선샤인> <로스트 하이웨이>까지 장르물과 아트 하우스 필름이 망라된다. 홍상수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박찬욱의 <올드보이>에 대한 섬세한 분석도 포함되어 있어 한국 독자들의 흥미를 자아내기에도 충분하다.

정성일

-출간되기를 바라는 상상의 영화책 =허문영이 쓴 <할리우드 남자의 계보학_ 존 포드, 클린트 이스트우드, 스티븐 스필버그>: 허문영은 아마도 지금 영화평론가들 사이에서 미국영화를 가장 사랑하는 ‘사나이’일 것이다. 그는 그중에서도 존 포드,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스티븐 스필버그를 중심에 놓고 우리를 설득한다. 물론 존 포드, 클린트 이스트우드, 스필버그가 위대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허문영이 이 세 사람을 말할 때 그는 매우 비범한 견해와 종종 황당무계한 주장을 동시에 펼친다. 그때 그의 비평적 견해는 거의 천의무봉으로 창조적인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적어도 이 세 사람에 한해서는 허문영이 하스미 시게히코에 비견할 만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가 혼자만 그 기쁨을 품고 있지 말고 어서 그 책을 써주었으면 고맙겠다.

한창호

-복간되어야 할 영화책 =<히치콕과의 대화> 프랑수아 트뤼포: 세상의 거의 모든 영화학도들이 지금도 읽고 있기 때문에.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 토마스 샤츠: 릭 알트먼의 <필름/장르>와 더불어 장르 해설서로는 여전히 고전이기 때문에.

-번역되어야 할 영화책 영화학의 클래식들이 온전하게 번역됐으면. =<영화란 무엇인가> 앙드레 바쟁: 아직도 학생들에게, 또 영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현재의 번역 책은 참고도서로 소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고전을 제대로 번역하여 영화학도는 물론이고, 일반 독자들에게도 소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나와 있는 책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다시 번역되면 좋겠다. 다시 한다면 영화전공자에 의해, 기왕이면 프랑스에서 전공한 사람에 의해, 그리고 정말 기왕이면 한국어 잘 구사하는 사람에 의해 다시 번역되면 좋겠다. =<Film Form>과 <Film Sense>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역시 고전인데, 그리고 에이젠슈테인의 광범위한 예술적 상상력이 들어 있어서, 일반 독자들도 즐길 수 있는 책인데 아쉽다. 에이젠슈테인의 저서는 10권이 넘는다. 이 두권은 영어권에서 출간된 일종의 앤솔로지인데 이것마저도 나와 있지 않다. =<칼리가리부터 히틀러까지>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역시 영화학의 클래식이자 교양도서로서도 기능하는 책인데, 아쉽다. 공부한다는 마음보다는, 읽는 즐거움이 큰 책이라서(저자의 글 솜씨 자체가 읽을거리) 꾸준한 독자가 생길 법한데 아직 번역이 없다.

-출간되기를 바라는 상상의 영화책 =지금쯤 나올 만한데,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쓴 움베르토 에코가 <세상의 영화광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같은 책 쓰면 좋겠다. 분량은 <미의 역사>나 <추의 역사>처럼 좀 길게 써서, 두고두고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에코가 영화를 통해, 영화세상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이상한’ 방법을 낄낄거리며 들려주면 역시 낄낄거리며 읽을 것이다. 종종 거울을 바라보는 야릇한 기분이 들겠지만 말이다.

허문영

-번역되어야 할 영화책 =<John Ford : The Man and His Films > 태그 갤러거(Tag Gallagher): 나는 여전히 존 포드를 고다르보다 먼저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 600쪽짜리 책을 완독하지 못했고 여전히 조금씩 읽고 있다. 그러면서 이 책의 좋은 번역자로만 남아도 좋겠다고 종종 생각한다. 태그 갤러거는 존 포드라는 인간과 그의 영화를 완결되지 않은 모순의 복합체, 괴기스럽게 꿈틀거리는 생명체로 다루고 있다. 존 포드에 관한 많은 책이 있지만, 조너선 로젠봄은 이 책이 “모든 경쟁자를 난쟁이로 보이게 한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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